CIA 5월초 ‘北 핵포기’ 의문 제기… “당장 포기 의사 없다” 보고서 작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03시 00분


트럼프, 보고 받았지만 회담 추진
“김정은, 투자유치 선의 표시로 평양에 햄버거 체인점 열수도”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분석 보고서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NBC 방송은 29일 3명의 관료를 인용해 해당 보고서의 존재를 밝혔다. 한 관료는 NBC에 “북한의 비핵화가 되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24일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기 며칠 전 보고서를 읽어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CIA 보고서가 북한 핵 폐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이 보고서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의의 표시로 평양에 서방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 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정 브랜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북한이 서방국가들의 대북 투자에 열려 있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로 삼으려고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평양 개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사전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담았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강력한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은 종전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이나 국무부는 중요한 외교적 협상에 임하기 전 상대국의 의중을 평가하기 위해 이런 형식의 분석 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신뢰도는 다른 북한 정보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낮거나 중간’ 정도이며 이는 정보 분석관들이 자신들의 결론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NBC는 전했다.

한 정보 관계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은둔 국가인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은 어렵기로 악명 높아 아주 똑똑한 분석가들이 가능한 추정을 내놓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NBC의 보도에 대해 CIA와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지난해 북한에서 종교 활동을 벌인 이유로 119명이 처형됐고 770명이 수감됐다는 내용이 담긴 ‘2017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종교 활동에 참여한 주민을 처형, 고문, 구타, 체포 등 가혹하게 다루고 있으며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8만∼12만 명 중 상당수는 종교적 이유 때문에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서 종교를 가진 주민은 1950년엔 전체 인구의 24%에 달했지만 2002년 기준으론 0.016%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 문제가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 국무부는 1998년 국제종교 자유법에 따라 매년 200여 개국의 종교 자유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으며, 2001년부터는 북한을 종교의 자유가 극심하게 침해당하는 ‘특별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해 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미 정상회담#핵포기#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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