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등 서부지역서 증언 청취
“1951년 황해도 지역 전투에서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전우 시신을 그냥 두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김현겸 씨(89)는 28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관계자들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북한 지역에서도 유해 발굴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전우 유해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국유단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 거주 중인 6·25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증언 청취회를 진행했다. 청취회는 참전용사들에게서 6·25 당시 전투 상황을 듣고 전투사를 기록하는 동시에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더 많은 호국영령 유해를 발굴할 목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청취회에 참석한 참전용사는 60여 명. 유재정 씨(89)는 “1951년 강원도 향로봉 전투에서 아군 전사자 여러 명을 목격했다”고 증언하며 “내 증언이 작게나마 전우 유해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유단은 31일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청취회를 연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 서부 지역에는 6·25 참전용사 1400여 명이 거주 중이다. 청취회에선 총 140여 명의 참전용사가 참석해 증언에 나설 계획이다.
국유단은 참전용사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고 국토 개발로 전투 현장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등 유해 발굴을 위한 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언 청취회를 통해 확보한 기록이 유해 발굴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국유단은 2015년부터 진행된 참전용사 증언 청취회를 통해 현재까지 690여 건에 이르는 전투 경험담과 유해 소재 정보를 기록으로 남겼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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