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뉴욕 담판’에서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탐색전을 겸한 만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현지 시간)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휴스턴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회담이 매우 잘 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김 위원장과 12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이 1일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엔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으로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며 “회담이 두 차례나 세 차례 가질 수도 있고 아예 안 가질 수도 있지만 지금 문제가 잘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고위급 회담이 시작한 직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의 아주 좋은 회담(very good meetings)”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맨해튼 38번가 고층 주거용 아파트인 코린티안 콘도미디엄 37층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나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보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사람은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프리덤타워’가 창밖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이 관저에서 30일과 31일 잇따라 만나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잠재적 회담은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불과 1시간 뒤 체제의 명운을 건 본회담에 나설 북한 대표단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31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일 오전 3시 15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위원장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1일에는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만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31일 회담 결과가 낙관적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앞서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47분경 중국 베이징발 중국국제항공 CA981편으로 뉴욕에 도착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뉴욕=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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