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잇단 접촉에 경고 날린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김정은에 푸틴 친서 전달 겨냥, “북-러 만남 싫었다” 기자들에 밝혀
中 “비핵화 공헌 희망”… 개입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북-러 간 잇단 접촉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있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측의 만남이 싫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을 겨냥한 셈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북-러가 정상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만남의 목적이 무엇일까”라며 “긍정적인 만남이었다면 나는 좋아할 것이고 부정적인 만남이었다면 나는 기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긍정적인 만남이었을 것”이라고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여러분이 알다시피 나와 시진핑 주석은 좋은 관계를 많이 맺고 있다”며 “그는 대단하고, 매우 훌륭한 남자(guy)”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도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회담 뒤에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그걸 좋은 회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서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과 회담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입장문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12일 열기로 한 것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올바른 길에서 중요한 한발을 내디딘 것이어서 중국은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 평화, 번영의 신(新)시대를 여는 데 적극적으로 공헌하기를 원한다”며 북한 문제에 개입할 것임을 내비쳤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북중러 잇단 접촉#경고#트럼프#중국#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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