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인들은 2차 세계 대전의 해변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산야에서 (미군과) 함께 싸우고 전사했다. 이것(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이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미국의 이웃이자 동맹국인 캐나다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발끈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캐나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보복관세를 강행하자 총리가 직접 나서 맞대응을 선언했다. 미국은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했지만, 무역전쟁의 전선은 중국을 넘어 미국의 오랜 동맹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일(현지 시간) 미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라는 아이디어는 모욕적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맹비난했다. 트뤼도 총리는 1일 미국이 캐나다 등에 대한 보복관세를 강행하자 “우리 노동자를 위해 일어설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우리 산업에 대한 이 공격에 보복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그는 “우리는 정중하게 대응할 것이지만 밀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조언을 인용해 관세 폭탄을 떨어뜨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캐나다를 분노하게 만든 건 동맹국인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 인도 등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동맹국들까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는 물론이고 농산물과 위스키 등 미국 공화당 수뇌부의 지역구를 겨냥한 관세 폭탄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EU와 멕시코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성난 유권자와 기업들의 전화가 쏟아져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의원들의 지역구를 목표로 해야 할 때”라고 자국 언론에 밝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 지역구인 위스콘신의 낙농업을 겨냥해 치즈와 요구르트를 포함시키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의 지역구인 캔터키의 버번 위스키가 집중 타깃이 됐다.
이웃 동맹국들의 반발에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백악관의 통상 참모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보호무역 매파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국장은 이날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출연해 “국가안보 이익은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산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우리 산업이 부활하게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캐나다와 오랜 동맹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그(트뤼도 총리)가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말하자면 무역분쟁이지만 함께 협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이것을 ‘가정불화’라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은 난관에 빠진 NAFTA 재협상 대신 캐나다와 양자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도 “우리는 미국과 손을 잡고 협력해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협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타협점을 모색하며 무역전쟁의 파국을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관세 폭탄 등의 상호 보복 조치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전문기관의 통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하고 일자리 7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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