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라디오 DJ 변신…“즐겨 듣던 음악 함께 나누고파”

동아일보DB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일본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9·사진)가 생애 처음 라디오 디스크자키(DJ)로 변신한다.

5일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무라카미는 8월 5일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일본 라디오 방송국 ‘도쿄FM’의 특별 프로그램 ‘무라카미 라디오’에 출연해 음악과 사연을 소개한다. 그동안 무라카미는 일본에서도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도쿄FM에 따르면 무라카미가 진행하게 될 이번 방송의 부제는 ‘런 & 송(달리기와 음악)’이다. 무라카미가 평소 문학 이외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던 분야인 음악과 달리기를 주제로 노래를 선곡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라카미는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나 철인3종 경기에 여러 차례 출전한 적이 있는 마라톤 애호가다. 그는 수필집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여행 에세이집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등에서도 마라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낸 바 있다.

도쿄FM 측은 “무라카미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평소 달리기를 하는 동안 MP3플레이어를 통해 즐겨 듣는 음악을 소개하고 자신이 아끼는 음반도 직접 준비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1974년 와세다대 재학 시절 도쿄 고쿠분지(國分寺)에서 ‘피터 캣’이라는 재즈카페를 7년간 운영했을 정도로 재즈와 클래식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인 ‘상실의 시대’는 록밴드 ‘비틀즈’의 1965년 작 ‘노르웨이 우드’를 소재로 했다. 무라카미의 최근작 ‘1Q84’에는 야나체크의 관현악곡 ‘신포니에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등 클래식도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그의 작품에 나오는 음악들을 모은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무라카미는 DJ 도전에 대해 포부를 도쿄FM을 통해 밝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음반을 모아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나 혼자 즐기는 것이 미안할 때가 있었다”며 “사람들과 와인,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함께 나누고 싶어 DJ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프로그램에서 잘 듣지 못하는 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