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서 자유무역주의가 퇴조하고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높아지는 것은 중국 경제의 부상과 관련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 세계 주요 2개국(G2) 간 무역 분쟁이 격화하고 양국 모두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이들 양국을 교역 1,2위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경제는 ‘쌍코피 터지는’ 이중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생산한 값싼 제품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세계 각 국에서 안정적인 소비 생활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불러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에 보호주의 파고(波高)를 불러일으키는 형국이다.
서강대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원장 이인실)과 서강경제포럼(회장 이철순) 공동 주관으로 1일 서강대에서 열린 ‘글로벌 무역 갈등 확산, 한국 경제의 활로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높아가는 미국과 국가자본주의 전략으로 사실상 장벽이 높은 중국이었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학장은 ‘트럼프 정부와 글로벌 무역 갈등’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 선거(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를 선출하는 것으로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치러저 중간 평가 선거로 불림)를 앞두고 세계무역질서(WTO) 질서에 도전하는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미중간 무역협상이 타협안은 도출했으나 보다 강력한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이오면 언제든 무역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대선 시즌이 되면 다시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차별로 벌어지는 보호주의 파고 속에 미국은 동맹국의 신뢰도 추락이라는 장기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다만 트럼프가 반(反) 세계주의, 반 엘리트주의로 가는 배경에는 중국 경제가 미국의 제조업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중국 등 외국의 무역에서의 반칙 결과이고, 무역적자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 파괴의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해 경제학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보호주의로 일자리를 보전하는 사람은 수만 명이지만 이 사람들이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에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쉽게 보호주의를 내려놓기 어려운 이유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최고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는 등 대기업을 포함한 전통 보수를 껴안으면서도 WTO 질서에 도전하는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필두로 한 신우익적 정책을 펴는 양면성을 펴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의 불공정 행위로 미국의 제조업이 죽어간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대중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교수를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 교수는 트럼프가 전시 등 비상 상황에서나 발동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안보를 이유로한 관세나 수입 제한)에 따른 행정명령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제 1의 대미 무역 흑자국인 중국은 철강 수출이 거의 없어 캐나다 한국 브라질 멕시코 등 주로 우방국들만 피해를 보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미국이 1980년대에는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국 일본을 환율(플라자 합의)로 굴복시킨 적이 있으나 집권 2기를 맞아 더욱 권력이 공고해지고 경제력이 높아진 시진핑(習近平) 2기의 중국은 일본과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간 통상 분쟁이 쉽게 판가름 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은 국가주도 경제 체제와 전략적 산업정책을 추진하면서 빠른 성장이 가능했으며 점차 보호무역주의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은 1,2위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트럼프의 보호주의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중국의 보호주의도 점차 높아져 ‘중화인민공화국’을 ‘중화보호공화국’이라고 비꼬기도 한다고 정 부총장은 소개했다.
중국의 보호주의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 같은 형태가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주요 산업을 국영 기업이 운영하면서 전략적 산업화하는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정 부총장의 분석이다. 중국에는 현재 15만5000개의 국유 기업에 3700만 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출액 기준으로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3%나 된다고 정 부총장은 소개했다.
정 부총장은 ”미국에 대해서는 글로벌 연대에 참여하고 일부 업종은 대미 투자 확대를 통해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부총장은 ”중국은 중국식 국가주의 산업통상정책, 당 지도하의 국유기업 경제체제, 중국 내 영업 애로 증가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놀랄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대중국 수출 구조가 10년 전 중간재 70%, 소비재 3%였는데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들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서 15%로 줄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고 정 부총장은 지적했다.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국제 자유무역체제가 위험에 처하고 양자주의로 흐른데는 중국 경제의 부상이라는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막대한 대미 흑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호주의 보호주의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하지만 트럼프가 대외 교역에서 불공장 등을 지적하며 보호 장벽을 쌓고 있지만 중국의 신산업 부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산업 성장이 중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결국은 대외 경쟁력 제고에도 밑바탕이 됐음을 지적한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 경제가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휴대전화 기반의 QR코드 경제로 도약(leap-frogging)한 것이나 화석 연료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중국의 수출의존도가 10여년 전 35%로 정점에 오른 뒤 최근 20% 이하로 내려가는 등 내수 경제가 탄탄해 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안보를 이유로 관세부과와 수입량 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말 관련 규정 개정해 맞대응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EU가 지난해 10월 합의한 반덤핑 관련 규정은 반덤핑 조사에서 대상 역외국을 ‘시장 경제국’과 ‘비시장 경제국’으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역외국에 대해 ‘시장 왜곡’을 기준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비시장 경제국’인 중국이 ‘시장 경제국’ 지위를 얻어도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현재 시장경제국인 국가에도 반덤핑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덤핑의 기준은 수출국 내 판매가격이 아니라 ‘벤치 마크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비슷한 경제 수준에서 수출하는 제 3국 내 생산가 및 판매가를 벤치 마크 가격으로 정하는데 참고한다. 이는 기준 가격 산정에서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여지가 많다.
한편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에서 보호 무역주의가 확대되어 가는 상황에서 비핵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북한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내부 경제로의 확장은 물론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 북한을 잇는 개발이나 북한을 통과해 신의주 베이징까지 이어지는 고속철도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도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는 남북한 경제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나섰던 6자 회담 참여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인한 국방비 감축 비의 일부만이라도 북한 개발에 사용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실 교수는 ”한국 경제는 에너지 위기, 외채 위기, 아시아 금융위기 등 많은 파고를 겪으며 성장했다“며 ”G2 보호무역 도전의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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