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산업계에서 한국 전복은 맛도 건강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곽용구 (사)한국전복수출협회 본부장(64)은 “전 세계에 전복은 약 100종이 있고 양식은 약 10개국에서 한다”며 “한국 참전복은 맛과 향이 좋고 살도 통통해 최고 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던 전복은 미국 캐나다에도 맛을 알렸다. 세계 시장 패류(貝類)의 황제다.
올해 4월 국내 전복 가격은 경기 침체와 풍어(풍漁), 양식면적 증가 등으로 10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주산지인 전남 완도 어민들은 지난달 전복을 시중가보다 30% 저렴하게 팔았다. 점차 소비가 늘어난 전복은 올 삼복더위와 추석 무렵 몸값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
○ 참전복은 미역 대식가(大食家)
4일 완도항에서 남쪽으로 50분 정도 여객선을 타고 가자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이 모두 푸르다고 해서 이름 붙인 청산도(靑山島)가 나왔다. 구들장논과 돌담장이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해서 2007년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전재수 청산면장은 “아름다운 풍광에 더해 담백한 전복이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선착장 인근 수심 8∼15m의 맑은 물이 흐르는 지리마을 앞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반석 갯벌 자갈로 이뤄진 완도 앞바다 밑바닥은 청해진(淸海鎭)으로 불릴 정도로 푸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바다생물 약 2200종이 서식하는 해양생태계의 보고다. 섬 265개가 천연 방파제를 이뤄 전복 양식에 최적이다. 청산도 전복의 담백함은 청정 바다에서 온 듯했다.
양식장에서는 이재훈 대표(34)를 비롯한 작업자 7명이 양식장 한 틀에 있던 크기 4∼5cm짜리 전복 2500마리를 두 틀로 나누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넣은 새끼 전복이 무더위를 잘 견디도록 밀도를 줄여주는 일이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김진호 씨(30) 등 2명은 품앗이하고 있었고, 나머지 4명은 태국 스리랑카에서 온 근로자다.
완도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에만 사는 참전복을 양식하는데 한국산 참전복은 미역 다시마를 먹고 자란다. 전복은 무게 1kg을 늘리기 위해 미역과 다시마를 최대 20kg 먹는다. 국내 미역 다시마 최대 생산지인 완도에서 올해 나는 미역 42만 t, 다시마 14만 t 가운데 3분의 2는 전복이 먹는다.
반면 중국산 양식 전복은 잡초에 가까운 해초를 먹고 자란다. 일본은 “미역 다시마는 사람이 먹을 것도 없다”며 전복 양식을 하지 않는다. 안창범 전남대 식품영양학부 교수는 “사람이 손으로 키우는 수산물과 가축 가운데 미역과 다시마만 먹고 크는 전복은 사실상 유일한 무공해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바다를 좋아한 이 대표는 20세 때 가업을 물려받았다. 이 대표는 “청산도는 물이 맑은 데다 지척에서 전복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전량 키워내 전복 맛이 뛰어나다”며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양식장을 설치하기는 힘들지만 만족할 만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완도는 전국 양식 전복의 75%인 1만3500t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도 청정 바다면적은 494km²로 육지보다 25%가량 넓다. 주민 5만1941명 중 20%가 어부다.
○ 친환경 인증 날개 단 ‘바다의 산삼’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는 전복은 달고 자양강장(滋養强壯)에 좋다. 예부터 해녀들이 채취해 부유층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궁중요리책 ‘진연의궤(進宴儀軌)’에 요리법이 소개돼 있을 정도다. 전남대 이정신 교수 등이 2016년 쓴 책 ‘한국의 전복’은 전복이 심장질환 예방과 면역기능 향상, 여성 미용 및 임산부 등에 좋다고 설명한다. 전복의 아르기닌 단백질에는 항산화 작용 및 면역 조절 기능이 있고, 타우린은 원기회복과 피로해소 효과가 있다.
1980년대 완도에서 시작한 전복 양식은 기술이 발달한 200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크게 늘었다. 전국 전복 생산량은 2008년 5964t, 2015년 1만494t, 지난해 1만6042t으로 10년간 3배로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전복(1kg 10마리 기준) 유통업자 산지 매입가격은 4만6000원이었다. 올해는 수온이 안정적이고 미역 다시마 작황까지 좋아 풍어였다. 여름철 수온이 높아지기 전에 앞다퉈 출하한 결과 전복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유통업자 산지 매입가격은 2만9000원, 소비자 가격은 3만9000원으로 하락했다. 세계 전복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중국도 지난해 풍작이어서 수출마저 쉽지 않았다.
(사)한국전복산업연합회와 완도군 등은 올해 4, 5월 30% 할인행사를 벌여 전복 1700t을 판매했다. 김중견 전복산업연합회 본부장(63)은 “3년 이상 키워 크기가 15cm를 넘는 전복이 할인행사에서 상당량 소비됐다”며 “여름철 보양식과 추석선물로 팔리게 되면 가격이 오르며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수출도 다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지난달까지 전복 수출량은 71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특히 중국 수출이 재개돼 89t을 보냈다. 어민들은 다양한 전복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등 수출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50억 원을 지원받아 완도에 전복수출물류센터가 들어선다. 내년에는 홍콩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전복 수입국에서 선호하는 전복 급속 동결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완도의 전복 양식장 14곳은 올해 세계자연기금 등이 설립한 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 인증을 받았다. 완도군은 친환경 ASC 인증 양식장을 늘릴 방침이다. 이날 청산도행 여객선에서 만난 신우철 더불어민주당 완도군수 후보(65)는 “한국 전복은 홍콩마켓 상인들도 ‘엄지 척’ 하며 최고라고 인정한다. 친환경 ASC 인증을 받는 완도 전복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납품할 수 있는 등 세계화에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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