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 의료진의 신망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 의사가 시술하는 최소침습수술(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이 이 믿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민관합작병원 헬스포인트에서 만난 아랍인 소녀(12)는 최소침습수술 덕에 건강을 되찾고 있다. 이 소녀는 5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골절을 입었다. 아부다비에서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해 한국으로 이송해 3차례 수술을 받았다. 큰 고비를 넘긴 뒤 현재 헬스포인트에서 한국인 의사로부터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최소침습수술은 우리들병원이 2012년 선보인 뒤 주목받기 시작했다. 헬스포인트 관계자는 “우리들병원에서 파견한 의사 3명에게 진료를 받으려는 예약이 넘쳐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반신 골절상 소녀를 한국 병원에 소개한 교민 심지희 씨(32)는 “UAE에는 자국민 의사가 별로 없어 해외 의료진 의존도가 높다”며 “의술이 뛰어난 한국인 의사의 ‘손맛’을 본 환자들은 다른 의사를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UAE 7개 도시국가 가운데 북쪽 라스알카이마에 있는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도 인기다. 서울대병원이 2015년부터 위탁 운영하는 SKSH는 개원 3년 만에 유명 병원이 됐다. UAE에 진출한 한국 병원 가운데 가장 많은 의료진 60명이 파견돼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 의사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원정 치료’ 받으려는 UAE 환자가 늘고 있다.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UAE 지사장은 “2011년 한국에 와서 치료받은 환자는 300∼400명이었지만 지난해는 국비지원 환자 850명을 비롯해 3600명이나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 의료 붐’ 속에 이날 UAE 3대 도시국가 샤르자의 샤르자대학병원(UHS)에서는 힘찬병원과 UHS가 ‘힘찬관절척추센터’ 개설 협약을 했다. 이슬람교도는 의무적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는 라마단(5월 17일∼6월 15일) 기간에 열린 이례적 행사였다. 보통 라마단에는 종교 목적 말고는 공식행사를 자제한다.
협약식이 열린 UHS 대강당에는 국영통신사 WAM, 두바이 국영TV, 현지신문 알 칼리즈, 영자신문 걸프뉴스 같은 유수의 언론사가 취재했다. 이들은 ‘한국의 최소침습 척추 및 관절 수술 도입’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샤르자 국왕 소유의 UHS는 국제의료평가인증(JCI)과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은 UAE 최대 병원으로 꼽힌다.
국내 8개 관절척추전문병원을 거느린 힘찬병원은 정부 ‘의료 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 대상 병원이다. UHS 요청으로 개설하는 관절척추센터는 위탁 운영이 아니라 독자 운영한다.
10월경 1단계로 UHS에 별도 수술실과 진료실을 마련한 뒤 정형외과 및 신경외과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했다. UAE 최고 수준의 물리치료재활센터도 갖춘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56)은 “UHS 관절척추센터의 성과가 좋으면 내년 말 아부다비에 독자 병원을 더 열겠다”고 말했다. 힘찬병원은 9월 러시아 사할린 1호, 샤르자 2호, 내년 초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3호, 내년 말 몽골 울란바토르 4호 등을 잇달아 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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