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허풍떨다 딱 걸려… 공정무역? 바보무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美-加, 관세폭탄 앙금에 이웃이 원수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미국과 캐나다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미-캐나다 동맹의 균열마저 우려되고 있다.

전용기편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날아가던 도중 트윗으로 G7 정상회의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도착해서도 캐나다를 집중 공격했다. 의장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자신이 퀘벡을 떠난 뒤 일방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관세는 불공정하다”고 비판한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전 트윗에서 “캐나다 발표에 따르면 그들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1000억 달러(약 107조3500억 원)를 벌어들인다”며 “허풍을 떨다가 딱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혜적인 것이 아니라면 공정무역(Fair Trade)은 이제 바보무역(Fool Trade)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도 트뤼도 총리를 맹비난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일 CNN에 출연해 “트뤼도 총리의 비판은 우리의 등에 칼을 꽂은 것과 같다. 국내용의 미숙한 정치적 모험을 했다”고 비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은 외국 정상에겐 지옥에 특석이 마련돼 있다”며 트뤼도 총리 비난에 가세했다.

트럼프 행정부 통상 참모들의 거친 대응은 역풍을 불러왔다. 캐나다 총리실은 “공개석상이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별 만남에서 한 총리의 발언 중 전에 하지 않았던 발언은 없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도 “캐나다는 인신공격을 통해 외교를 수행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불법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이 행위가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이며 동맹인 가장 가까운 파트너 국가에서 나와 더 고통스러운 모욕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도날트 투스크 의장도 트위터에 “트뤼도를 위한 천국의 특별석이 있다. 캐나다, 완벽한 G7 회의를 열어줘서 고맙다”고 적으며 캐나다를 편들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1일 부과되기 시작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에 맞서 철강·알루미늄, 위스키, 치즈, 요구르트 등 128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 우호적이라는 캐나다 국민의 응답률은 2016년 65%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43%로 하락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자동차부품 등을 겨냥해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동맹 간 무역 갈등이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캐나다#관세#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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