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선(先) 비핵화 원칙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첫 임기를 마치는 2020년까지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시간표를 처음으로 공개한 데 이어 북한에 경제제재 조기 완화를 약속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CVID를 공동성명에 명시적으로 넣지도 못한 채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성급히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 폼페이오, “2021년 1월 비핵화 데드라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견 전 수행 중인 기자들과 만나 “2년 반 동안 주요 비핵화와 같은 조치가 달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 비핵화 완수가 미국의 목표냐”는 질문에 “그렇다. 틀림없고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후 공개적으로 비핵화 데드라인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당초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비핵화 완료 시점을 넣으려 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신속한’이라는 문구를 담는 데 그쳤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시한을 공개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후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의 2020년 비핵화 완료 구상이 유효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들이 다 최종 문서(공동성명)에 담긴 것은 아니며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 많은 부분이 있었다”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정보 사안은 공개를 못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핵 프로그램 규모에 대해 상당히 이해하고 있고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수주간 북한과 이를 위한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완전한 비핵화에 CVID 포함”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 시점과 CVID 논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다소 다른 설명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되기 전까지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와 같은 (북한에 대한) 경제·금융적 지원 제공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비핵화가 20%만 진행돼도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오면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온도 차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합의문에 CVID가 빠진 것에 대해 “장담하건대 ‘완전한(Complete)’이란 말은 ‘검증 가능한(Verifiable)’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누구도 검증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를 몇 개의 큰 단계로 나누고 먼저 북한이 주요 비핵화 조치를 하면 미국이 되돌릴 수 없는 폐기가 이뤄졌는지 검증한 뒤 제재 완화 등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며 “김 위원장과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관계 발전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timeframe)에 대해 한국과 북한이 논의하던 것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문제를 놓고 남북이 이미 논의한 게 있는 만큼 후속 협상을 통해 비핵화 시간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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