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종차별은 백인의 질병” 비판… 여행일기엔 “중국인 더럽고 우둔” 비하
인종차별을 ‘백인의 질병’이라고 공개 비판해 인도주의자로 알려졌던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사진)이 정작 자신의 일기에서는 중국인 일본인 등 동양인을 비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국 프린스턴대가 최근 출간한 아인슈타인의 1922∼1923년 일기를 분석해 이렇게 밝혔다. 아인슈타인은 당시 중국, 일본, 스리랑카 등을 여행하며 느낀 생각을 가감 없이 일기에 남겼다. 아인슈타인의 일기가 단독 서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기에는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아인슈타인은 중국인들에 대해 “근면하지만 더럽고 우둔하다”며 “중국 어린이들조차 생기가 없고 둔해 보인다”고 적었다. 또 “중국인들은 의자에 앉아 식사하지 않고, 숲에서 용변을 보듯이 쭈그리고 앉아 밥을 먹는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중국인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거의 모르겠다”고 하거나 “중국 여성에게 도대체 무슨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서 아이들을 많이 낳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일본인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를 낮췄다. 그는 일본인을 “겸손하고 품위 있으며 매우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근대 서양 문물을 비교적 적극 수용한 일본인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나라의 지적 욕구는 예술적 욕구에 비해서는 약한 것 같다. 타고난 기질인가”라고 자문하며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스리랑카 여행 중 현지인에 대해 “거대한 쓰레기 속에서 살아간다. 적게 일하고 적게 필요로 하는 것이 단순한 삶의 경제적 사이클”이라고 묘사했다.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은 1933년 모국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이 부상하자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 후 나치의 인종차별주의 등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해 ‘인도주의의 아이콘’으로 평가됐다. 그는 1946년 미 펜실베이니아 링컨대에서의 연설에서 “인종차별은 백인의 질병이다”라고 발언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나 자신이 유대인이기 때문에 흑인들이 차별 때문에 희생당하며 어떻게 느낄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일기 출판 작업을 맡은 지브 로렌크란츠 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일기 중 상당한 내용이 불쾌했다. 특히 중국 관련 내용이 그랬다. 이는 위대한 인도주의자로 비쳤던 그의 이미지와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가디언도 사설에서 “아인슈타인은 공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과학자였다”고 비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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