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무역전쟁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이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중국이 똑같은 규모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판돈’을 더 키웠다. 500억 달러였던 보복관세 대상을 4배(2000억 달러)로 늘렸다. 마치 누가 담력이 더 센지 겨뤄 보자는 식이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선언이 나온 날 양측은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시간주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경제클럽에서 중국의 무역방식을 ‘약탈 경제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공급이 증가해 글로벌 금속 가격을 떨어뜨렸다”면서 “이는 약탈경제의 표본이고 많은 국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자들이 개방과 세계화를 주장하지만 이는 웃기는 소리”라고 깎아내렸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담화에서 미국이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도 똑같은 규모로 미국에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큰 도박은 중국 인민의 이익에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자국(미국) 대중의 이익도 도박에 건 셈”이라며 “이는 하나의 원자탄을 양국 사이에 둔 것과 같고, 폭발 시 양국 모두 큰 재앙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똑같은 규모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중국의 연간 대미 수출액은 5050억 달러(약 562조3175억 원)에 이르지만 반대로 대미 수입액은 1300억 달러(약 144조755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에 들어오는 모든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0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보다는 관광 교육 등 미국의 서비스 부문을 겨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 비중이 큰 미국 대기업들에 집중적으로 보복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플, GM, 보잉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됐을 때 한국 대기업들에 가했던 방법과 유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이 단기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복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초기 피해를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1421억 달러어치의 물품 중 중간재는 78.9%를 차지한다.
미국이 당장은 중국산 상품에 대해 장벽을 쳤지만 추후 대상을 한국 등 수출 주도형 국가 전체로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와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으로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무부에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품목인 자동차 및 부품도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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