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 동상 서울에 세운 답례, 상트페테르부르크大에 건립
문재인 대통령 방러 맞춰 제막행사
“러시아 대학서 박경리 연구 활발”… 토지 1권 이어 2권 연내 번역도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시 ‘삶’의 마지막 구절이다.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이 문구가 새겨진 박경리 선생의 동상 제막식이 20일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다.
동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본관 뒤 현대조각공원에 세워졌다. 2013년 11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 ‘푸시킨 플라자’에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동상이 세워진 것에 대한 답례이자 한-러 우호를 높이는 문화 교류의 하나로 추진됐다고 한러대화 이규형 운영위원장(전 주러시아 대사)은 설명했다. 동상 건립은 2014년 초 한러대화와 토지문화재단 주도로 추진됐으며 서울대 조소과 권대훈 교수가 제작했다.
동상(전신 높이 135cm)은 4년 전 완성됐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방한 중 직접 참석해 푸시킨 동상을 서울에 세운 것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의 방러 기간(21∼23일)에 맞춰 제막식을 가졌다.
제막식에는 한국 측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우윤근 주러시아 한국대사, 이규형 위원장,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권대훈 교수,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러시아 측에서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문화장관, 니콜라이 크로파체프 상트대 총장(한러대화 러시아 측 조정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도 장관은 축사에서 “박경리 동상 제막은 선생 개인뿐 아니라 한국 문학에 대한 평가가 있어 이뤄진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한국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메딘스키 장관은 “박경리 동상 제막은 문화뿐 아니라 한-러 관계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파체프 총장은 “러시아의 주요 10개 대학에서 박경리 작가 작품이 강의되고 모스크바 등 4개 도시의 연구기관에서 작품을 연구하고 있다”며 “‘토지’ 2권도 올해 내로 번역되고 앞으로 관련 영화가 있으면 러시아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과 러시아의 인연은 여러 가지로 이어지고 있다. 한러대화 문화예술분과는 박경리 선생의 문학 세계를 조망하는 연례 학술 세미나를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한러대화와 토지문화재단은 ‘토지’ 제1권을 완역해(번역자 박미하일 선생) 2016년 11월 모스크바에서 출판했다.
앞서 2012년엔 모스크바대 출신의 여류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가 국내 유일한 세계 문학상인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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