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영웅적인 활약으로 영국 최고 무공훈장 빅토리아 십자훈장(Victoria Cross·VC)을 받았던 윌리엄 스피크먼이 별세했다. 향년 91세.
22일(현지 시간) 더타임스 등 영국 현지 언론들은 스피크먼이 20일 오후 7시경 런던의 왕립첼시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체셔주에서 나고 자란 스피크먼은 1951년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소속 이등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의 나이 24세 때이다.
스피크먼은 같은 해 11월 임진강 유역 ‘후크 고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빛을 발했다. 당시 아군의 왼쪽 진영 병사들 대부분이 숨지거나 다친 상황에서 그는 동료 병사 6명을 모았다. 그리고 한 더미의 수류탄을 모아 병사 6명을 이끌고 적진으로 침투했다. 이때 스피크먼은 다리에 심한 부상을 당했지만 침투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쉬지 않고 공격해 적진에 큰 타격을 가했다. 수류탄이 모두 떨어지고 난 뒤엔 맥주병을 적에게 던지며 공격해 훗날 ‘맥주병 VC’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때 당한 부상으로 스피크먼은 이듬해 1월 영국으로 돌아갔지만 귀국한지 세 달 만에 한국행을 희망해 다시 전투에 나섰다. 스피크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은 첫 번째 전쟁 영웅이다. 그의 고향 체셔주 알트린참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다리를 짓기도 했다.
스피크먼은 2015년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영연방 4개국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에 참가해 “한국은 매우 감동적인 나라다. 이곳을 위해 싸웠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죽어서도 동료들이 산화한 임진강 유역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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