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발칵 뒤집은 ‘毒 도시락’ 연쇄살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30일 03시 00분


직장 동료 도시락에 독극물 뿌린 금속부품업체 50대 직장인 체포
직원 21명 의문의 죽음 연루 수사


직장 동료의 도시락에 독극물을 몰래 넣었다 적발된 독일 거주 50대 남성이 수사 당국으로부터 연쇄 살인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독일 일간 빌트 등 외신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남성의 범죄가 들통 난 것은 지난달 초다. 독일 북서부 도시 슐로스 홀테슈투켄브로크에 있는 금속부품회사 아리아르마투렌에서 일하던 26세 남성은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열었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도시락 속 샌드위치에 수상한 흰색 가루가 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샌드위치에 손대지 않고 노동조합에 이 사실을 알렸다. 회사 측의 초기 조사 결과 흰색 가루에 독성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회사 측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다. 그러자 이 회사 공구 제작 부서에서 일하는 클라우스(56)가 휴게실에서 도시락에 가루를 몰래 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회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클라우스는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회사 관리자는 독일 매체 빌트에 “처음엔 직원끼리 심한 장난을 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샌드위치에 뿌려진 가루가 아세트산납이라는 것과 치명적인 장기 손상을 일으킬 정도의 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맛이 나는 아세트산납은 몸속에 축적될 경우 심장과 신경계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용의자의 자택에서는 수은, 납, 카드뮴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중금속을 이용해 독성물질을 제조하려고 오랜 시간 노력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이 회사 직원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거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번 사건 용의자가 이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찰은 “2000년 이후 은퇴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직원 21명이 사망했다”며 “심장마비, 암 등으로 사망한 직원들의 수가 눈에 띄게 많다”고 설명했다. 용의자와 같은 부서의 직원 2명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고 이 중 한 명은 2년째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클라우스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38년간 근무해온 용의자에 대해 “눈에 띄는 직원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약 30년간 용의자와 함께 일한 직장 동료(56)는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그는 항상 혼자 지냈다. 동료들과 이야기도 잘 하지 않았다. 친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사망자들을 치료했던 의사와 사망자 가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필요할 경우 시신을 해부해 납중독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독극물#도시락#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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