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와 통화서 대북제재 이행 강조
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16년 연속으로 ‘최악의 인신매매국’ 중 하나로 지목했다. 국무부가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8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최하등급인 ‘3등급’을 부여받았다. 2001년 처음 발표가 시작된 해당 보고서에서 2003년부터 조사 대상에 오른 북한은 단 한 번도 최하등급을 벗어난 적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다음 주 방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무부가 다시금 북한 인권 실태를 지적하고 나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보고서는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집행되고 있는 강제노역 사례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북한 정부가 ‘국가 주도의 인신매매’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강제노역은 정치 탄압 시스템의 일부이자 경제체제의 기둥”이라며 “수용소 수감자들은 가혹한 조건에서 벌목과 채굴 등의 노동에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위험한 조건에서 과도할 정도로 긴 시간 일하도록 강요받는다”며 “강제노동과 다름없는 조건에 시달린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21개국도 최하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에 대해 “북한 출신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가혹한 체벌로 이어지는 본국 송환을 대체할 법적 대안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대안 제공을 촉구하기도 했다. 1등급으로 분류된 한국은 17년 연속 최고등급을 지켰다.
폼페이오 장관은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특정해 언급하며 인권 문제를 고리로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서 강제노동의 비극적인 사례들을 볼 수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국 정부에 의해 해외에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언급은 짧은 편이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하고 중국이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왕 부장에게 ‘북한이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통한 밀수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은 27일 북한 선적 유조선과 중국 국기가 걸려 있는 한 선박이 동중국해상에서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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