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까지 동원한 영화 같은 탈옥에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파리판 ‘프리즌 브레이크’가 현실화된 것으로 탈옥수는 평소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 팬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내무부 등에 따르면 파리 근교 센에마른 지방의 레오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레두안 파이드(46·사진)는 1일 오전 11시 20분경 탈옥했다. 파이드가 교도소 면회실에서 형제와 면회하던 중 중무장한 괴한 두 명이 연막탄과 전동 공구를 이용해 면회실로 들이닥쳤다. 그사이 다른 한 명이 교도소 뜰에 내린 헬기의 이륙을 준비했다. 파이드와 괴한 3명은 모두 헬기를 타고 탈출했다.
괴한들은 이날 아침 교도소 인근 비행클럽에서 총기로 조종 강사를 위협해 헬리콥터를 탈취했다. 파이드 일당은 인근 발두아즈 지역에 헬기를 착륙시킨 뒤 준비한 자동차를 타고 달아났다. 이후 다시 밴으로 갈아타고 도주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파리 북부에서 불에 탄 헬리콥터를 발견했다. 납치됐던 조종사는 무사히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교도소를 방문한 니콜 벨루베 법무장관은 “사전에 드론을 이용해 교도소 상공을 조사했을 정도로 굉장히 치밀하게 탈옥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극적인 탈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헬기가 내린 뜰은 비행 물체 접근을 막기 위한 그물망이 설치되지 않은, 교도소 내 유일한 곳이었다.
파이드는 프랑스에서 꽤 악명이 높다. 그는 5년 전 첫 번째 탈옥으로 프랑스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2013년 북부 릴 지역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그는 교도관 4명을 인질로 삼은 뒤 교도소 문 여러 개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 탈옥에 성공했다가 6주 만에 붙잡혔다.
파리 외곽 우범지대에서 자란 파이드는 10대 시절부터 무기 탈취에 연루된 갱단을 조직했고, 1998년 은행 강도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2009년 모범수로 석방된 그는 범죄자로서 삶을 끝낸다는 내용의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무장 강도를 저지르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여성 경찰관 1명이 숨졌다. 파이드는 2013년 첫 탈옥으로 지난해 항소심에서 총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파이드가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에서 범죄의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TV 쇼에 출연해 알 파치노 주연 ‘스카페이스’(1983년)와 ‘히트’(1995년) 등을 통해 범죄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리 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히트의 마이클 만 감독에게 “당신은 내 기술고문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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