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상승했다. 여기에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채권 금리도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무역전쟁의 공포가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고 보고 ‘예고된 악재’를 차분하게 받아들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이 곧바로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당분간 외풍에 요동치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15.32포인트(0.68%) 상승한 2,272.8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3811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4500억 원 이상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기관이 하락 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 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0.49% 오른 2,747.23에 장을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0.47%)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12%)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동반 상승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중국이 즉각적인 맞대응 대신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15.9원에 마감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8%포인트 오른 연 2.352%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동요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중 맞불 관세는 예정된 시나리오였지만 다음 주부터 ‘무역전쟁 2라운드’에 돌입하면 금융시장이 다시 시계(視界) 제로(0)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전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진 않다”면서도 “앞으로 중국이 위안화 절상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통상전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 경기 연착륙을 유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국내 증시에는 큰 부담이다. 신흥국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전쟁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긴축 속도를 높이게 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무역분쟁이 4분기(10∼12월)에도 해소되지 않고 확대될 경우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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