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세 번째 평양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김영철의 미국행에 이어 둘의 공식적인 만남만 이번이 네 번째. 북핵 협상 선봉에 선 이들이 이젠 기자들에게 공개적인 친근감을 과시할 정도로 북-미 관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이번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의견 접근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미 언론은 여전히 폼페이오가 평양에서 비핵화 로드맵 성과를 내는 것을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폼페이오 “北에 세금 내야겠다”며 농담
폼페이오와 김영철은 이날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2시간 45분간 회담했다. 폼페이오는 “이번이 세 번째(방문)”라며 “내가 한 번 더 오게 되면 (북한에 방문에 따른) 세금을 내야겠다고 농담했었다”고 했다. 이에 김영철은 “(평양이) 이제 익숙해지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영철이 “오늘의 만남은 정말로 의미가 있는 만남이다”고 하자, 폼페이오는 “동의한다. 생산적인 만남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의 상대가 김영철에서 리용호 외무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상대는 김영철이었다. 다만 7일 리용호가 교체돼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용호는 이날 공항 영접도 김영철과 함께 했다.
북한은 미국 대표단의 숙소로 ‘국빈용’인 백화원초대소를 내줬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회담장과 숙소였으며,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도 머문 곳이다. 반미 선전공세를 사실상 멈춘 데 이어 국빈 숙소까지 내주며 미국에 강하게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셈이다.
북한 관리가 미국 기자에게 농담하는 이색적인 장면도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 취재 중인 미 ABC방송 타라 팔메리 기자는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의 김광학 연구사에게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미국 대통령처럼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혹 이 버스 안에 가짜 뉴스(fake news)는 없지요’라며 웃었다”고 했다.
○ 유해 송환 너머, 비핵화 이행 틀 만들까
앞서 신의주 시찰에 나섰다는 김정은이 폼페이오와 회동했다는 소식은 6일 오후 늦게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이 사전에 김정은-폼페이오 회동을 공지한 만큼 7일엔 만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6일 미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최소한 검증·확인할 수 있는 핵시설과 (핵물질) 목록에 대해 첫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미 준비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진 미군 유해 송환도 다시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빼고 ‘완전한 비핵화’에 머물렀던 북핵 합의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합의하며 다시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비핵화 시간표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무한정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CNN은 “백악관과 국무부에는 8월 말까지 북한의 견고한 시간표나 세부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8월 예정됐다 유예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나 9월 유엔총회와 맞물려 추가적인 북핵 합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워싱턴의 기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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