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어제 대화 생각에 잘 못 잤겠네요”… 폼페이오 “아니요, 잘 잤습니다” 기싸움 팽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3시 00분


[위기의 비핵화 협상]첫날 회담서 北 강경하게 나온듯
폼페이오, 북측 도청 우려해 숙소 빠져나와 트럼프와 통화

“어제 잘 못 잤겠네요. 어제 회담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를 생각하느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일행의 북한 방문 둘째 날인 7일 오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례적인 아침인사를 던졌다. 두 사람이 이날 오전 9시쯤 재개되는 회담에 앞서 ‘잘 주무셨느냐’ ‘덕분에 잘 잤다’는 일상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직후였다. 김영철의 돌발 발언에 폼페이오 장관은 “아니요, 잘 잤습니다”라고 답했다.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이어 “우리는 어제 좋은 대화를 나눴고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도 계속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뉴욕타임스(NYT) 가드너 해리스 기자는 7일 평양발 기사에서 “첫째 날 회담에서 과연 어떤 얘기가 오갔기에 김영철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런 농담을 던졌는지 모두가 궁금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미국 측에 최후통첩식으로 전달했다든지,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시간표를 단번에 거절했기 때문에 김영철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평양의 잠 못 드는 밤’을 비꼬는 식으로 얘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NYT에 따르면 폼페이오 일행은 1박 2일의 방북 일정 동안 북한의 도청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전 북측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 숙소를 빠져나와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과 통화했다. 경호원들을 대동해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숙소 밖으로 나가 통화를 할 정도로 북한의 도청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는 것이다.

도청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는 방북 기간 내내 기자들에게서 자주 포착됐다. 니컬러스 위드험 블룸버그 기자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장이던 (영빈관) 백화원초대소 밖에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대화하는 영상을 올리며 “영빈관은 도청 우려가 있어 그들은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고 밝혔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구가인 기자
#폼페이오#트럼프#첫날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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