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비핵화 협상]폼페이오, 김영철 통해 친서 전달
김정은, 美의 조건에 불만 면담 취소… 폼페이오 “면담 기대 안했다” 해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 7일 진행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 기간에 그를 만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앞서 4월과 5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을 당시에는 두 차례 모두 그를 면담했으나 이번에는 어디 있는지 종적조차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고위급 실무회담을 마무리 짓고 7일 오후 김정은을 면담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일치기였던 기존 방북과 달리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한 데다 비핵화 이슈 대부분이 김정은의 결정이 있어야 추가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앞서 공식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폼페이오 방북 전까지 김정은 면담은 북-미 간 합의된 사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북-미 간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결국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채 평양을 떠났다. 준비해 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해야 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8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절대 기대하지 않았다(never anticipated)”고 말했다.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게 방북 성과 전체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폼페이오의 방북에 동행했던 기자들이 곧바로 트위터 등을 통해 이를 반박하면서 궁색한 답변이 되고 말았다.
김정은은 폼페이오가 김영철에게 제시한 비핵화에 따른 보상이나 반대급부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자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으면 김정은이 안 나올 이유가 있겠느냐”며 회담 결과가 면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4, 5일 진행된 남북통일농구대회도 참관하지 않았다. 이 농구 대회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본인이 직접 제안한 것이었다. 신의주 등 지방 현지지도 중이라는 게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잠행을 통해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최고지도자가 너무 자주 노출되는 것도 북측으로서는 부담”이라며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폼페이오 장관을 직접 만나 문 앞에서 배웅까지 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으나 싱가포르 회담 이후 다시 ‘수령 이미지’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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