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서부를 덮친 폭우로 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안전대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연재해 대비가 잘돼 있었지만 몇 달치 강우량이 한꺼번에 내리는 기록적인 폭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NHK에 따르면 8일 오후 10시반 현재 83명이 숨지고, 6명은 의식불명의 중태 상태다. 안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57명으로 집계됐다. 일부 지역에선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기후(岐阜)현 구조(郡上)시는 5일부터 총 1058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에히메(愛媛)현에 최고 744.5mm, 히로시마(廣島)시에도 최고 453.5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각 지역 평년 7월 한 달분 강우량의 1.7배에서 3배에 달한다. 폭우를 내리는 장마전선이 한곳에 사나흘씩 꼼짝도 않고 머물며 불과 며칠 동안 몇 달 치 물폭탄을 쏟아낸 형국이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 7호 ‘쁘라삐룬’(태국어로 비의 신)이 남기고 간 대량의 수증기를 동반한 습기로 인해 넓은 범위에 구름이 발달했고 태풍이 동쪽으로 빠져나간 뒤 장마전선이 남하한 곳에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와 폭우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진 태풍 등에도 큰 피해가 없었던 일본에서 폭우만으로 이토록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에 당혹해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본 기상청은 6일 밤부터 “수십 년에 한 번꼴로 오는 (엄청난) 재해가 임박해 있다”며 9개 부현(府縣·광역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폭우특별경보를 발표하고 860만여 명에 대해 대피 지시나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폭우로 불어난 물은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전에 주택을 집어삼켰다. 비가 오는데도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물에 휩쓸리거나 자동차에 탄 채로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안전불감증도 지적되고 있다. 또 비로 인해 지반이 물러지면서 산사태나 지반 붕괴, 도로와 주택 붕괴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이번 폭우 피해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의 재해 대응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의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우는 일부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8일 저녁부터 9일에 걸쳐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를 중심으로 1시간에 50∼70mm의 매우 강한 비가 천둥 번개를 동반해 내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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