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지난달 말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에 중독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40대 남녀 2명 중 1명이 8일(현지시간) 숨지면서 ‘노비촉’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잉글랜드 윌트셔 카운티의 솔즈베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돈 스터지스(Dawn Sturgess·44·여)가 이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스터지스는 지난달 30일 연인 찰리 롤리(Charlie Rowley·45)와 함께 월트셔 주 에임즈버리의 한 건물에서 발견됐다. 롤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비촉’에 중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33)에 대한 암살 시도에 쓰였던 것과 같은 신경작용제다.
전직 러시아 스파이인 스크리팔은 영국에 기밀을 넘겼다는 이유로 러시아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났다. 스크리팔은 지난 3월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독극물에 중독된 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러시아어로 ‘새로운 자’를 뜻하는 노비촉은 1970~80년대 옛 소련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로, 생화학무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독극물 중 하나로 꼽힌다.
노비촉은 일본 지하철, 시리아 반군지역 참사를 일으킨 사린보다 훨씬 강력한 신경작용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될 당시 사용된 맹독성 물질인 ‘VX’ 신경작용제보다도 5~8배 독하지만 감지하기는 어려워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경찰은 스터지스 커플이 독극물 공격의 대상이 될 만한 배경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노비촉에 우연히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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