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외치는 실리콘밸리 IT 대기업 직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MS-구글 등 진보적 성향 인재들 “국경감시-軍드론 기술협력 말라”
CEO에 항의편지-거리 시위까지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이민세관집행국(ICE)의 국경 감시에 자사 서비스가 활용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개 서신을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냈다. 아마존은 올해 5월 경찰당국에 안면인식 기술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직원 반발에 부딪쳤다. 구글의 일부 직원은 국방부 드론 사업에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연관돼 있다는 것에 반발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대기업 직원들이 회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CN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대부분의 기업 직원들은 회사가 제시한 정책이나 목표를 따라갈 뿐 좀처럼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러나 진보적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 직원들은 다르다. 자신들이 개발한 첨단 기술들이 논란이 되는 정부 사업에 사용되는 것에 항의하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리콘밸리에서도 과거엔 직원들이 좀처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뛰어난 CEO가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문화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능한 인재 확보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회사들도 이제는 직원들의 요구를 쉽게 흘려듣지 못한다.

요즘 실리콘밸리 직원들은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십보다 직원들의 불만을 들어주고 반영하는 CEO가 더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예일대 CEO리더십연구소를 설립한 제프리 소넌펠드 씨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등으로 실리콘밸리 CEO들이 대거 정부 자문위원회를 탈퇴한 것을 예로 들며 “재계가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첫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EO 본인이 주장했던 가치관을 후원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회사를 이끌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CEO가 대통령을 향해 보여준 모습처럼, 직원들도 권위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황규락 기자 rock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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