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20명 넘어… 실종도 61명
히로시마 등 특별재해지역 검토… 아베, 유럽-중동 순방 계획 취소
일본 서부를 덮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폭우가 광범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린 탓에 직접적인 홍수 피해는 물론이고 지반이 물러져 산사태와 가옥 도로 다리 붕괴 등도 잇따랐다. 일본 정부는 피해지역 복구 지원을 위해 특별재해지역 지정 검토에 착수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유럽 중동 순방을 취소했다.
9일 NHK통계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오후 10시 반 현재 123명이 사망하고 61명이 실종됐다. 인명 피해는 히로시마(廣島), 오카야마(岡山), 에히메(愛媛)현에서 가장 컸다. 구조와 수색 활동이 이어지고 있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1개 광역자치단체에 내려졌던 호우 특별경보는 8일 오후 모두 해제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번 폭우로 지반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8일 총무성 집계에 따르면 20개 지역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인원은 3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언론은 폭우 피해가 발생하는 동안 곳곳에서 벌어진 구조 작업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7일 새벽 인근 제방이 터지면서 마을 면적의 3분의 1이 침수된 오카야마현 구라시키(倉敷)시 마비(眞備)정에서는 4600여 채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한때 1850명이 고립돼 건물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지인이나 가족을 구하겠다며 스스로 보트를 타고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2층 베란다에서 구조된 70대 주민은 “수건을 7시간 동안 계속 흔들었다”며 “한신(阪神) 대지진을 경험했지만 이번 폭우는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2층 벽장에서 이틀 밤을 보낸 뒤에야 구조된 같은 마을의 50대 회사원은 “1층까지는 침수돼도 괜찮다고 보고 방심했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히가시히로시마(東廣島)에서는 산사태로 무너진 집에 갇혔던 일가족 4명이 27시간 만에 구조됐다.
에히메현에서는 7일 오전 뒷산이 주택을 덮치면서 30대 엄마와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인 두 딸이 희생됐다. 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은 “전교에 아동 6명, 교사 5명이 있었다”면서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딸은 오랜만의 신입생이라 교내에서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며 비통해했다.
구조 과정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맹활약했다. 마비정에선 “아파트 2층에 2명이 남겨졌다”, “부탁한다. 아이들과 가족을 살려 달라” 등 구조를 요청하는 트위터 글이 잇따랐고, 구라시키시 측은 “구조를 요청했으니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 달라”는 댓글을 달아 이재민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한편 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번 폭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5일 밤 자민당 동료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폭우 피해 대응을 위해 11∼18일로 예정됐던 유럽과 중동 순방 계획을 취소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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