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놓고 ‘중국 배후론’을 또다시 거론했다. 최근 미중 간 통상전쟁의 포문이 열린 시점에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까지 벌어지면서 북핵 문제가 더더욱 꼬여 가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우리가 체결한 계약과 악수를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반면 중국은 무역에 대한 우리(미국)의 태도 때문에 부정적인 압력(negative pressure)을 행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나 핵사찰 리스트를 내놓기는커녕 ‘강도적 요구’ 같은 거친 표현을 써가며 미국을 비난한 것이 중국의 배후조종을 받은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던 북한이 2차 북-중 정상회담 후 돌변한 것을 놓고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 태도가 바뀌었다”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도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중국의 비핵화 방해 공작을 의심해 왔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5%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 부과 및 보복관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무역전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 관세 대상의 규모도 양국이 각각 340억 달러(약 38조 원)에 이르는 데다, 수십조 원 규모의 2, 3차 ‘관세 폭탄’까지 추가로 예고돼 있다.
이런 충돌 상황에서 중국은 북핵 문제를 미국과 협력하며 풀어나갈 현안이라기보다 미국을 상대로 쓸 또 다른 협상카드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손이 (북한의) 사방에 뻗쳐 있다. 중국이 북한을 움직이고 있다”며 “내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절대로 중국이 통상전쟁에서 북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쪽으로 더 밀착하며 양국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9, 10월에 시 주석의 평양 답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강대국들이 정치적 이슈를 경제 문제에 연결시켜 협상카드로 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되면 양국의 갈등이 오히려 비핵화 논의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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