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소년들 ‘동굴의 기적’ 영화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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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작사 퓨어플릭스 PD 2명 보내 구조현장서 전문가-대원 인터뷰
병원치료 8명 가족과 첫 통화, “구조돼 행복… 빨리 집에 가고싶다”
英 맨유구단, 홈구장 경기 초청

동굴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태국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들의 구조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은 축하 인사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용감한 소년들과 헌신적인 코치, 세계에서 달려온 구조대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적었다.

‘동굴 소년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할리우드 제작사가 나타났고, 소년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곳도 많다. 하지만 정작 소년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소년들은 동굴에서 번식하는 악성 세균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과의 면회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퓨어플릭스는 동굴이 있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에 2명의 프로듀서를 보내 ‘동굴 소년들’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일 때 현장에 도착한 프로듀서들은 시나리오 작성을 위해 구조에 참여한 각국의 구조 전문가들과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을 인터뷰했다. 2010년 8월 칠레 북부 산호세 구리 광산에 갇혔다가 6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33명의 광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8월 개막하는 2018∼2019시즌의 안방경기에 소년들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7일 만에 모두 살아 돌아온 소년 12명과 코치는 현재 치앙라이 쁘라차누끄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8일 4명, 9일 4명 등 이틀간 구조된 8명의 소년은 10일 오후 가족들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 의료진은 이들이 가족에게 “‘구조돼 감사하고 행복하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동굴에 갇혀 지내 지치고 힘들 법도 하지만 소년들은 밝은 모습으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다. 9일 밤 병원을 찾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년들은 오랜 동굴 생활로 체중이 1∼2kg가량 줄었지만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상태다.

구조된 13명(소년 12명, 코치 1명) 중 가장 마지막에 동굴에서 나온 에까뽄 찬따웡 코치와 3명의 소년은 미얀마 소수민족의 난민 출신으로 태국 국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살고 있는 치앙라이는 한때 범죄조직이 장악했던 미얀마 골든트라이앵글과 인접해 있다. 분쟁에 휘말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이웃 태국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에까뽄 코치도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불교 사원에서 자랐다. 미얀마 쪽에서 자고 다음 날엔 축구 경기를 위해 태국으로 돌아오는 삶을 반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한편 동굴에서 소년들과 머물며 구조에 큰 기여를 했던 ‘잠수하는 호주 의사’ 리처드 해리스가 동굴 속에서 소년들을 돌보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호주 일간 사우스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해리스는 13명을 모두 동굴에서 내보낸 뒤 동굴에서 나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국 유소년 축구팀#동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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