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단속강화 ‘당근’ 제시… “경비정 등 12척-훈련비도 지원”
살비니 내무, 외국 NGO 선박 이어 난민 구조한 자국 배 입항도 금지
‘단속용 선박 12척 지원, 해안경비대 훈련 지원, 5조6000억 원 규모 투자 약속.’
이탈리아가 최근 일주일 사이 리비아에 약속한 내용들이다. 요구 조건은 “리비아를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난민을 막아 달라”는 단 한 가지다. 난민을 구조한 이탈리아 배들조차 입항 불허 조치를 내릴 정도로 강경한 난민정책을 펴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탈리아행 난민들의 출발지로 알려진 리비아를 상대로 연일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9일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해 주면 리비아에 총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를 사회 인프라 개선 비용으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2008년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식민통치 배상 차원에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 협약은 2011년 카다피가 사망한 뒤 흐지부지됐다.
이탈리아는 또 리비아에 해안경비정 등 총 12척의 선박을 제공하기로 4일 약속했다. 250만 유로(약 32억5000만 원)를 들여 해안경비대의 해상훈련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지중해 난민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 필요한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가 리비아의 난민 단속 강화를 유도하는 지원책을 발표하는 이유는 유럽 국가 중 유독 이탈리아에 부모나 보호자가 없는 17세 이하의 어린 난민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가 6월 발표한 ‘2017년 글로벌 난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를 찾은 보호자가 없는 17세 이하 난민은 1만58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이탈리아에 난민 신청을 한 12만6500건 중 9900건이 보호자 없는 어린 난민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잠비아(2100건), 나이지리아(1200건) 등 아프리카 출신이며 이들 대부분이 리비아를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탈리아의 도심 곳곳에서 보호자 없이 방치된 어린 난민들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아프리카 출신 다섯 살배기 어린이가 기차역에 정차돼 있던 화물열차 안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어린이는 저체온증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고 보호자는 없었다.
이탈리아는 주변국과 비정부기구(NGO)의 반발에도 강경한 난민정책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11일 리비아 연안에서 난민 60여 명을 구조한 이탈리아 석유굴착장치 예인선의 입항을 거부했다. 이 배는 난민을 내려놓기 위해 이탈리아 항구에 진입할 계획이었다. 이탈리아가 난민을 구조한 자국 선박에 입항 금지 조치를 내린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살비니 장관은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치는 외국 NGO 선박에 대해서도 이탈리아 항만 진입 금지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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