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관세에 성난 中 “미국인 손님은 25% 추가 요금 받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2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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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잇따라 징벌성 관세를 중국에 부과해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중국 호텔과 식당이 미국인 손님들에게 25%의 추가 요금을 받겠다고 나섰다. 25%는 미국이 6일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 비율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광둥(廣東)성 선전(深¤)의 모던클래식호텔그룹이 지난주 ‘표준 객실요금은 하루 1300위안(약 21만9000원)인데 미국인 투숙객에겐 25% 추가요금을 받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붙였다고 13일 보도했다. 이 호텔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에 끝없이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화가 나 이렇게 결정했다”며 “미국인들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강경한 무역정책 때문에 미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한 후난(湖南)식 요리 식당이 “미국인들은 25%를 더 내야 한다”며 써 붙인 공고문 사진이 돌고 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팔로어가 2700만 명인 한 파워블로거는 “지금부터 우리(중국) 식당에서 미국인은 25%를 더 내야한다”며 “불만 있으면 미국대사관에 가서 따져라”고 주장했다. 이에 “잘했다! 미국인에게 비행기 요금도 더 물려야 한다” “(중국인은) 더 이상 미국여행을 가지 말라” 등의 댓글이 붙었다.

다만 지난해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때와 달리 관영매체들이 중국인들의 이런 보복, 분노 심리를 부추기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상황이 이해되지만 미국 고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면 중국의 서비스산업 발전뿐 아니라 미-중 분쟁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에 영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드 보복 당시 중국이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한국에 대한 적대 감정을 부추겼다가 사드 갈등 봉합 단계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통제하지 못했던 점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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