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전 수도 멤피스 지하서 미라 35구 -오일이름 적힌 그릇 등
만드는 과정 파악할 단서들 발굴, “이집트 관광산업 부흥에 청신호”
약 2500년 전 미라를 제작했던 작업장이 이집트 기자시에서 발견됐다.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기자시 남부에 위치한 멤피스 지역 사카라 네크로폴리스(고대 도시의 대규모 공동묘지) 지하 30m 부근에서 미라 작업장과 다수의 미라, 유물들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멤피스 지역은 고대 이집트 왕국의 첫 번째 수도였던 곳이다.
미라 작업장에서는 고대 이집트 미라 제작 과정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수많은 단서들이 나왔다. 총 35구의 미라, 봉인된 4개의 석관과 함께 사람이 죽으면 시체와 함께 매장했던 작은 인형 조각 우샤브티, 심장을 제외한 장기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노푸스 단지 등도 발견됐다. 미라 제작에 사용된 오일 이름이 적혀 있는 그릇이나 계량컵 등도 나왔다.
발굴 작업을 이끌어 온 이집트와 독일 튀빙겐대 공동연구팀은 미라 제작에 쓰였던 화학물질과 구체적인 작업 순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며 기뻐하고 있다. 라마단 후세인 팀장은 “우리는 지금 미라 제작에 쓰였던 방식과 재료들의 화학적 정보를 알 수 있는 ‘금광’ 앞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장소가 기원전 664년∼기원전 404년에 사용됐던 작업장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유물발굴팀은 1939년 이후 발견된 적 없는 고대 제사장의 가면도 찾았다. 가로 18.5cm, 세로 23cm 크기의 이 가면은 나무로 짜인 관 속 미라의 얼굴에 덮여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도금이 된 은으로 만들어졌고, 가면의 눈은 검은색 원석과 흑요석 등으로 장식됐다. 후세인 팀장은 “고대 이집트 왕국 관료들의 무덤 대부분은 전쟁과 도굴꾼들에게 훼손됐다. 이렇게 잘 보존된 상태의 가면은 역사적인 발견”이라고 말했다. 가면이 발견된 나무 관은 고대 이집트의 하늘의 신 누트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었다. 누트는 죽음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의 엄마다.
미라 작업장은 진흙 벽돌과 석회암으로 구성된 사각형 건물 형태다. 지하 30m 부근까지 미로처럼 꼬인 진입로를 따라 내려가면 두 개의 큰 세면대와 석관 또는 미라가 매장된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방들이 나온다. 유물발굴팀은 세면대에서 미라 제작의 건조제로 쓰인 소금 혼합물과 붕대 등을 준비하는 작업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봉인된 석관을 열어 내부를 확인하는 등 추가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은 올해 말 개관할 이집트 대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집트 정부는 지금까지 약 10억 달러(약 1조800억 원)를 박물관 건설에 투입했다. 대박물관 부지는 총 49만 m²로 축구장 면적의 약 70배에 이른다. 1922년 발굴된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 부장품 500여 점 등을 비롯해 이집트 왕국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유물 4만여 점이 전시된다.
이집트 정부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침체된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해 1400만여 명에 이르렀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아랍의 봄 이후 약 500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치적 불안, 빈번한 테러 사건 등이 원인이었다. 이번 발견도 “관광산업 부흥을 위해 더 많은 유물을 찾아야 한다”며 이집트 고대유물부가 최근 몇 년간 발굴 작업에 집중해 얻어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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