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15일 장성급 회담에서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북-미 대화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 이후 냉기류가 흘렀던 양측이 유해 송환 및 추가 발굴이란 소정의 합의에 도달한 것. 특히 발굴 작업이 수년간에 걸쳐 이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유해 송환은 ‘대미 선물’ 아닌 북한의 ‘꽃놀이패’
약속한 날짜(12일)를 건너뛰고 ‘실무회담 말고 장성급으로 격을 높이자’는 북한의 역제안으로 좌충우돌했던 유해 송환 문제가 15일 북-미 판문점 장성급 회담 후 안정을 되찾는 형국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양측은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300명의 돌아오지 않은 미군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현장 작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미는 16일에도 유해 송환 후속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이미 발굴한 유해 200여 구의 송환뿐만 아니라 향후 발굴 계획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해 송환 회담을 둘러싸고 북한이 영리하게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가 앞선다. 9년 만에 북한과 유엔군사령부 간의 장성급 회담 채널을 복원시키면서 앞서 북한이 불참한 12일 회담에 대한 비난을 일소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해석과 현장 발굴을 재개할 때 ‘발생 비용’에 따른 수입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미군 유해 1구당 약 3만5000달러(약 3900만 원)의 비용을 북에 지급해왔는데, 향후 발굴될 유해에 대해서도 미국은 비용 지급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처럼 약속한 유해 송환이 실은 비용도 챙기면서, 대화의 판도 유지하는 북한의 ‘꽃놀이패’였던 셈이다.
게다가 유해 발굴 작업은 종전선언과 연계돼 북한의 대미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재개된 유해 송환을 향후에 일시 중지, 재개를 반복하면서 대미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폼페이오 핵 추궁에, 김영철 부인”
유해 송환은 가시화됐지만, 비핵화 후속 이행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은 국방정보국(DIA)과 민간 연구소에서 북한의 비밀 핵시설 가동, 핵 생산 활동 의혹을 다방면으로 제기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6일 복수의 한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의 6, 7일 방북 당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여부를 직접 추궁했고 김영철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에게 “함경남도 함흥의 미사일 공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는 정보도 들었는데 이런 것들은 북-미 관계에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철은 “장마에 대비하기 위한 공사”라고 주장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의 인내에 한계가 있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를 이른 시간 안에 이루라고 압박하자, 김영철은 비핵화와 관련된 시간이나 구체적인 계획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종전선언 발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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