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연합(EU)이 17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서명하고 조기 발효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EU는 인구 약 6억 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무역총액의 40%를 차지하는 거대한 자유무역권을 형성해 이에 대항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준 셈이다.
서명식은 이날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열렸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EU 측에서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당초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서일본 폭우 피해로 아베 총리의 유럽 방문이 취소됐다.
일본과 EU는 공동성명에서 “이번 서명은 역사적 일보로,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보호주의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호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과 EU가 자유무역의 기수로서 세계를 주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일 이 협정에 대해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일-EU 경제권에서 협정이 실현되면 일본의 실질 GDP가 약 1%(약 5조 엔) 올라가고 고용은 약 0.5%(약 29만 명) 늘어나는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내년 3월까지 협정의 조기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EPA가 발효되면 양측 사이에는 90% 이상의 관세가 없어진다.
일본 정부는 나아가 미국을 제외한 11개국과의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11) 발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8, 19일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관련 수석협상관 회의를 열고 참가국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은 6일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TPP11의 국내 비준 절차를 마쳤다. 앞으로 4개국만 비준을 마치면 TPP11은 이르면 내년에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한 EU와 중국, 캐나다, 멕시코, 터키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고 16일 밝혔다. 중국은 이미 WTO에 미국을 제소해 미중 간에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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