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목숨 걸고 구해드렸으니 오래 사세요”
지난 7일 15시간동안 필사의 구조… 주민들 트위터에 올려 뒤늦게 알려져
서일본 폭우로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은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 마비(眞備)정에서 20대 청년이 수상바이크로 주민 120여 명을 구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어머니가 마비정 집에 혼자 남아 계세요. 좀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이미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버린 7일 점심 무렵. 마비정에서 5∼6km 떨어진 곳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던 나이토 쇼이치(內藤翔一·29·사진) 씨는 고향 출신 후배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고향의 침수 피해 소식에 스스로도 ‘뭐라도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취미로 즐기던 수상바이크를 떠올렸다. 자택에서 마비정은 차로 20∼30분 거리.
“얼른 가 볼게.”
친구에게 수상바이크를 빌려 출발했다. 잠시 뒤 도착한 마비정은 흙탕물이 민가 2층 높이까지 차올랐고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헬기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베란다나 지붕 위에 올라간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가 몇 m 지날 때마다 들려왔다.
“살려줘요!” “여기 좀 봐줘요!”
그는 목소리를 향해 “좀 이따 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외치고는 우선 후배의 어머니부터 구했다. 홍수에 남겨진 사람 대부분이 고령자들이라 바이크에 앉히려면 안아 올려야 하고 달리는 동안에도 뒤를 받쳐줘야 했다.
근처 지붕 위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이와타 씨(73) 부부에게 수상바이크가 다가왔다. 나이토 씨가 “아이들 먼저 옮기고 돌아올게요. 꼭 올 테니까, 그때까진 괜찮을 거니까, 조금만 더 버텨요”라고 외치고는 돌아갔다.
조금 뒤 약속대로 나이토 씨가 왔다. 부부가 바이크에 올라탈 때 그는 “할아버지, 제가 목숨 걸고 구한 거니까 오래 사셔야 해요”라며 어깨를 두드려 줬다. 이와타 씨는 “기뻐서 눈물이 나왔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15시간 동안 나이토 씨 팀은 모두 120여 명을 구조했다. 수상바이크는 상처투성이가 됐고 그사이 연료를 몇 번이나 보충했다. 필사의 구조를 계속한 탓에 마지막에는 전신이 쑤셔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나이토 씨의 활약상이 사진으로 남은 것은 이날 그에게 구조된 중학생 도미타 이쿠미(富田育海) 군이 “일반인에게 구조받았다”는 제목하에 이들의 모습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덕이다.
훗날 피난소에서 취사 자원봉사를 하는 나이토 씨를 알아본 고령자들이 줄줄이 다가와 인사했다. 고령자들은 “마을의 영웅, 목숨의 은인”이라고 고마워했고, 나이토 씨는 “이것만으로도 그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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