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10번째 정상회의 개막
시진핑, 보호무역주의 트럼프 겨냥 “그 길 걷는 사람들 스스로 다칠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시작부터 미국을 겨냥했다. 25일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참석차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한 시 주석은 “무역전쟁의 최종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서 촉발된 세계 무역전쟁이 결국 승자는 없고 상처만 남기는 싸움으로 끝날 것이란 뜻이다.
2000년대 전후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브릭스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무역 및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정상회의가 25일 막을 올렸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2009년을 시작으로 올해가 10번째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경제협력 성과를 내지 못해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위협’에 맞서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의 첫날 시 주석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지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을 것을 회원국들에 호소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무역전쟁에 최종 승자는 없을 것이고 이 길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회의 개최국 남아공을 포함한 회원국들도 시 주석의 발언에 적극 호응했다. 남아공 롭 데이비스 통상장관은 지금의 상황을 ‘위기의 순간’이라고 표현하면서 “세계의 무역과 경제는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합의된 룰에 따라 무역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힘에 의한 일방주의일 뿐”이라고 말했다. 남아공도 올해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은 국가 중 하나다.
27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올해 브릭스 정상회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회원국은 아니지만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합류했다. 올해 주제는 ‘아프리카에서의 브릭스: 4차 산업혁명에서의 포괄적인 성장과 공동 번영’이다.
하지만 회원국 정상과 경제 관료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방아쇠를 당긴 무역전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은 2000년 2조7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7조 달러까지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을 앞서는 수준이다.
시 주석은 이미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번째 EU-중국 정상회담에서부터 무역전쟁을 미국 대 중국 양자 대결이 아닌 미국 대 세계의 대결 구도로 만들려는 속내를 드러냈었다. 세계 각국을 돌며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시 주석은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중동과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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