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끝까지 들으라는 이유 이젠 알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0일 03시 00분


중동-아프리카 첫 한국학 박사 이집트 아인샴스大 무함마드 씨

중동·아프리카 지역 1호 한국학 박사가 된 마하센 무함마드 씨(29)는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중동·아프리카 지역 1호 한국학 박사가 된 마하센 무함마드 씨(29)는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그녀는 분홍색 히잡을 쓰고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한 살배기 딸과 남편 옆에 앉은 모습은 여느 엄마, 아내의 모습과 같았지만 한국 문학에 대해 얘기할 때면 눈빛이 한없이 진지해졌다. 자신의 논문 내용을 설명하면서 한국 사람도 잘 쓰지 않는 ‘덕(德)’ ‘액자형 소설’ 같은 단어들을 또박또박 잘도 사용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초로 한국학 박사 학위를 받은 마하센 무함마드 씨(29) 이야기다.

28일(현지 시간) 오후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서 만난 무함마드 씨 얼굴에는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2007년 아인샴스국립대학 한국어학과에 입학해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공부한 지 꼬박 11년, 한국·아랍 우화소설을 비교 연구한 논문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아인샴스대는 2005년 중동·아프리카 국가 내 4년제 정규대학 중 가장 먼저 한국어학과를 만들었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서인 우화소설 ‘금수회의록’을 공부할 때는 한글보다 많은 한자 탓에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고어(古語)를 볼 때마다 중국어학과 교수를 찾아가 뜻을 묻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어린이용 금수회의록 책도 구해 읽었다. 무함마드 씨는 “박사 논문을 쓰는 동안 결혼도 하고, 예쁜 딸도 낳았다. 모두 행복한 일들이었지만 힘들기는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랍어는 동사를 제일 먼저 말하지만 한국어는 동사를 제일 늦게 말한다”면서 “한국어는 정말 끝까지 들어야 한다니까요”라며 웃었다.

무함마드 씨는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영국 식민지를 겪은 이집트처럼 일제 식민지를 이겨낸 한국의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차이점보단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가 찾아낸 공통점은 ‘덕(德)’과 ‘정(情)’이다. 무함마드 씨는 “이집트와 한국 모두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따듯하다”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한국 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논문을 마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집트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접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 한국 음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매년 20여 명의 신입생을 받는 아인샴스대 역시 한국어학과가 외국어학과 중 최고 인기학과로 꼽힌다. 중동·아프리카 1호 한국학 박사가 된 무함마드 씨는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학교에 남아 후배들에게는 좀 더 쉬운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한국학#마하센 무함마드#아인샴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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