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북미버스’ 20대 CEO “캄보디아의 ‘우버’가 되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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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자리잡은 온라인 버스 티켓 플랫폼 \'북미버스\'를 설립한 랑다 체아. 북미버스 제공.
캄보디아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자리잡은 온라인 버스 티켓 플랫폼 \'북미버스\'를 설립한 랑다 체아. 북미버스 제공.
지난달 3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북미버스(BookMeBus)’ 사무실에서 만난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립자(29)는 회사 소개를 부탁하자 회사가 마주한 문제들에 대해 얘기했다. A를 해결했더니 B 문제가 생겼고, B를 해결하니 또다시 C 문제가 생겼다는 식이었다. 캄보디아 대표 스타트업으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그는 그럼에도 자신 있게 말했다.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2015년 10월 설립된 북미버스는 캄보디아 내 버스, 보트, 사설 택시 예약을 도와주는 온라인 티켓 가격비교 플랫폼이다. 출발지와 도착지, 출발 날짜를 지정해 검색하면 해당하는 버스회사들의 티켓을 보여준다. 이용자들은 버스회사에 별점이나 리뷰를 남길 수 있다. 티켓을 사기 위해 터미널이나 매표소를 직접 찾아 손짓 발짓을 동원해 소통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여줘 캄보디아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 인기다. 북미버스는 현재 40곳 이상 현지 운송 업체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체아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일상에서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프놈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녔던 그는 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 바탐방 지역에 가기 위해 프놈펜 기차역에서 택시를 합승하곤 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승객 4명을 모집해야만 출발했다.

그는 “고향에 가기 위해 택시 기사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바탐방 지역에 언제쯤 갈 것인지 손님은 얼마나 모였는지를 물어봐야 해 시간낭비였다”며 “웹사이트를 만들어 택시 스케줄이나 요금을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체아는 2013년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5시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가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지를 기사에게 물었다. 택시 기사도 “그런 서비스가 있으면 하루 종일 역 앞에서 기다리며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다”는 반응이었다. 아이디어를 품고 있다가 2015년 초 회사에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다.

대학에서 IT와 영어 교육을 전공한 그는 기업 경영과 관련한 지식이 없었다. 그는 “사업계획 없이 무작정 창업했고 문제에 부딪히면 그때 가서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운 좋게 4명의 주주를 확보해 총 2만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6개월 만에 돈을 다 써버렸다”며 “집에 마련한 사무실을 꾸미는데 돈을 많이 썼다. 그게 창업하는 사람들의 꿈 아니겠냐”며 웃었다. 하지만 죄책감을 느낀 그는 ‘이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사업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북미버스는 출발 시간과 티켓 가격이 정해진 버스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종이로 인쇄된 티켓에 익숙한 버스회사들은 북미버스를 쉽게 믿지 않았다. 그는 영세 버스업체들도 북미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 웹사이트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인지도가 낮은 버스업체도 고객을 보다 쉽게 유치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 그는 “이제는 버스가 2대밖에 없는 영세 업체도 좌석을 모두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북미버스의 등장으로 운송업계가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립자 뒤로 각종 스타트업 대회 수상 트로피와 상장 등이 전시되어 있다. 북미버스 제공.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립자 뒤로 각종 스타트업 대회 수상 트로피와 상장 등이 전시되어 있다. 북미버스 제공.

북미버스 서비스가 아직 생소하다보니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는 티켓이 실제 유효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용자들이 있었다. 티켓을 손에 넣기 전에는 돈을 미리 지급할 수 없다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고민 끝에 그는 캄보디아의 모바일 송금 업체들과 협력해 업체의 에이전트를 통해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들은 프놈펜 시내 곳곳에 있는 에이전트를 찾아가 돈을 지불하고 실물 티켓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누구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다. 그 문제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하루 10건 가량이던 거래량이 올해 초 300건 이상으로 늘어난 북미버스는 2016년 캄보디아 정보통신기술(ICT) 어워드 등 각종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했다. 다음달 중 호텔 픽업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는 그는 궁극적으로 캄보디아의 ‘그랩(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표준 시간대를 설정하는 기준 도시를 보면 방콕이나 자카르타는 있지만 프놈펜은 없어요. 그만큼 캄보디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예요. 북미버스를 세계적인 모델로 키워 ‘캄보디아도 세계시장에 내놓을 것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프놈펜=위은지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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