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백신주의자들은 지역사회에 위험 요소다. 나는 당신들의 살인법을 원하지 않고, 당신들의 돈도 필요 없다.”
6일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키아바리에 있는 젤라토 가게에 이런 공지가 내걸렸다. 가게 주인인 마테오 스피놀라 씨는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법안이 통과된 것을 보고 더 이상 조용히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좌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의 연정으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 폐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법안은 홍역, 볼거리, 수두 등 10가지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법으로 의무화한 것으로, 지난해 대량 홍역 발병 사태를 겪은 뒤 지난 정부가 입법한 법이다. 그러나 상원은 3일 유치원 입학 전 아이들이 10가지 예방접종을 마쳤다는 서류 제출 의무화를 1년 유예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12일 이탈리아의 반백신 기조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논쟁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쓴 “홍역 예방주사가 아이들의 자폐증을 야기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학술지에 공개되면서다. 이후 이 논문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웨이크필드의 의사 자격도 박탈됐다. 그러나 반백신주의자들은 이 논문을 인용해 ‘모든 예방주사는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터키와 호주에서 백신 음모론이 널리 퍼지면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터키에선 백신에 돼지의 피가 들어갔다는 등 음모론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백신 접종을 거부한 가족 수가 2만3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재작년(1만1000가구)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에 터키 보건부가 백신 관련 사실을 제공하는 팩트체크 사이트를 열었다고 터키 일간 휘리예트가 9일 전했다.
호주는 지난달 아이들에게 제때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부모를 대상으로 세액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자연주의 육아 방식을 주장하며 백신 접종 등을 거부한 인터넷 카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오미 스미스 호주 페더레이션대 교수는 액시오스에 “이탈리아의 행보가 다른 나라에서 반백신 감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한번에 너무 많은 백신을 맞아 면역 체계가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위는 확실하지 않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