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더러운 쓰레기? 우리에겐 밥 먹여주는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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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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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쓰레기마을’ 가보니

골목-옥상 곳곳 쓰레기 더미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모카탐 지역은 ‘쓰레기 마을’로 불린다. 이곳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플라스틱이나 고철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8일 찾은 모카탐 마을엔
 쓰레기가 담긴 자루들이 골목 곳곳에 쌓여 있었다(위 사진). 곧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모카탐 지역 건물 옥상 곳곳에도 
재활용업자들에게 넘길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아래 사진).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골목-옥상 곳곳 쓰레기 더미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모카탐 지역은 ‘쓰레기 마을’로 불린다. 이곳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플라스틱이나 고철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8일 찾은 모카탐 마을엔 쓰레기가 담긴 자루들이 골목 곳곳에 쌓여 있었다(위 사진). 곧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모카탐 지역 건물 옥상 곳곳에도 재활용업자들에게 넘길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아래 사진).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소형 트럭 두 대가 겨우 지날 만큼 좁은 비포장도로 위로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과 마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도로 곳곳이 움푹 팬 탓에 바퀴가 수시로 덜컹거렸다. 그럴 때마다 트럭 짐칸의 쓰레기 더미에선 파리 떼가 일었다. 골목마다 쓰레기가 널려 있어 악취가 진동했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봉투 속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시내의 모카탐 지역,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카이로 전역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모은 뒤 분리 작업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것만 되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분리수거가 돼 있지 않은 검은 봉지에 담긴 쓰레기들을 손으로 일일이 헤집어가며 비닐이나 플라스틱, 고철 등 돈이 되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려낸다. 음식물 쓰레기는 양이나 염소 등 가축의 먹이로 쓴다.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오른 8일, 쓰레기 마을에서 만난 무함마드 씨(42)는 평소처럼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모카탐에서 나고 자란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 하루 종일 일해 100이집트파운드(약 6000원) 정도를 번다. 두 달 전 쓰레기 절단기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요즘은 12세 딸이 일을 돕고 있다.

이들을 이집트에서는 ‘자발린’이라 부른다. 아랍어로 쓰레기 또는 쓰레기통을 뜻하는 ‘지발라’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진 자발린은 ‘쓰레기를 모으는 사람’ ‘쓰레기와 함께 사는 사람’이란 뜻이다. 카이로에서 자발린이 모여 사는 마을은 모두 5곳. 이 중 3만 명 안팎의 자발린이 모여 있는 모카탐이 가장 큰 마을이다.

무함마드 씨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더럽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부끄럽지 않다”라며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해 주는 자발린 역시 카이로의 소중한 자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마을 주민 대부분은 손목이나 목덜미 부분에 작은 십자가 모양의 문신이 있다. 고대 기독교의 한 종파인 콥트 기독교인의 상징이다. 전체 인구의 약 90%가 이슬람교도인 이집트에서 콥트 기독교인들은 오랜 세월 차별과 박해를 받았고 더럽고 위험한 일도 대부분 이들이 도맡아 해오다 결국 자발린을 업으로 삼아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이집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이로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전체 쓰레기의 약 80%가 5곳의 쓰레기 마을로 들어간다.

이집트 내에서 최빈민층에 속하는 이들이 쓰레기 마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열악한 주거환경도 문제이지만 자발린의 2세들 대부분은 학교에 가지 않아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쓰레기 더미 속에서 지내다가 가난을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경제가 침체되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자발린이 되기 위해 제 발로 쓰레기 마을로 찾아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집트#쓰레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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