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사진)이 13일 인도주의 단체가 구출한 난민선의 이탈리아 내 정박을 또 거부하면서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구출된 난민 141명은 이탈리아와 몰타 사이의 바다에서 떠돌고 있다.
장관이 된 6월 이후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살비니 장관이 주변국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난민 적대정책을 펼 수 있는 건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 때문이다. 지지자들의 중심엔 가톨릭 교인들도 포함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를 상대로 난민 수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가톨릭의 본산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에선 반난민 기류가 더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북아프리카 중동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난민 유입에 따른 고민이 특히 큰 나라다.
지난달 19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미사에 참석하는 가톨릭 교인 중 극우동맹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31.8%로 3월의 15.7%에 비해 배 이상 높아졌다. 극우동맹당은 살비니 장관의 소속 정당으로 오성운동(27.2%)을 누르고 전체 정당 중 1위를 차지했다. 입소스의 디렉터 루카 코모도는 “(난민 문제에 있어) 가톨릭교회의 일반 교인들과 고위층 간에 의견 차이가 있다”며 “실제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이민자와 난민 수는 줄고 있지만 난민 문제는 갈수록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6월 살비니 장관이 난민선의 이탈리아 항구 정박을 거부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위터로 ‘연대’를 강조했다. 그러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교황을 향해 “왜 바티칸으로는 그들(난민)을 데려가지 않느냐”는 공격이 쏟아졌다. 5일 이탈리아 언론 라레푸블리카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들의 교황 지지도는 71%로 2013년의 88%에 비해 낮아졌다. 조사에 참여한 사회학자 일보 디아만티는 “이민 문제에 관대한 것이 교황의 지지율이 낮아진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살비니 장관 역시 가톨릭 신자다. 지난달엔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십자가를 매달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가톨릭 지도층은 살비니 대표의 지지율 상승을 보며 당황하고 있다. 저명한 가톨릭교회 역사가 알베르토 멜로니는 “살비니의 인기는 바티칸에는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말했고, 가톨릭 주간지 ‘파밀리아 크리스티아나’는 지난달 25일 표지를 통해 가톨릭의 퇴마 의식에 사용하던 문구 ‘사탄은 물러가라’를 차용해 ‘살비니는 물러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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