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7년 공적연금 운용 실적을 발표하면서 10조7208억 엔(약 109조16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의 경기 호조로 인한 주가 상승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후생노동성이 관장하는 일본의 공적연금은 크게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정액제)과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가입하는 후생연금(소득비례형)으로 나뉜다. 이 연금들의 적립금은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공적연금펀드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운영, 관리하고 있다. GPIF는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평가받는다.
후생연금과 국민연금 모두 2년 연속 흑자다. 두 연금은 2016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흑자를 내 경기가 좋으면 연금도 탄탄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후생연금은 10조4479억 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세입은 56조8713억 엔. 고용환경이 개선된 데다 가입 문호를 단기 노동자층으로 넓혀 피보험자가 늘어나면서 보험료 수입이 전년도보다 약 1조5000억 엔 늘어난 30조9441억 엔을 기록했다. GPIF 운용에 따른 수입은 9조4401억 엔에 달했다. 세출은 46조4233억 엔이었다. 가입자들에 대한 연금으로 지급되거나 기초연금 지급에 충당된 액수다.
자영업자나 농민, 학생, 무직자 등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은 2729억 엔 흑자였다. 세입은 GPIF에 의한 운용수입 5892억 엔을 합쳐 총 4조4336억 엔으로 이 중 4조1607억 엔이 연금으로 지급됐다.
연간 10조 엔이 넘는 흑자는 고스란히 GPIF에 맡겨진다. 이 펀드가 운용하는 연금적립금이 156조3832억 엔으로 불어났다. 2016년 말 144조9034억 엔에서 11조 엔 이상 증가한 액수다. GPIF의 2017년 운용수익률은 6.90%. 포트폴리오 중 25%를 차지하는 국내 주식이 15.7% 상승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연금을 말할 때 흔히 ‘3층 구조’라 일컫는다. 1층은 20∼60세 국민 모두가 가입하는 기초연금 개념인 국민연금, 2층은 회사원,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등이 소득에 비례해 납입하는 후생연금, 3층은 대기업 등이 자체 운영해 소속원들에게 지급하는 기업연금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연금으로 현재 기준으로 월 1만6900엔을 40년간 내면 65세 이후 월 6만5000엔을 받는 식의 정액제다. 납부를 빠뜨려 가입 기간이 줄면 받는 연금도 비례해서 줄어든다.
후생연금은 근로소득의 18.3%를 고용주와 절반씩 나눠 붓는 연금으로 40년 만기다. 가령 평생 평균 월수입 40만 엔 정도의 근로자가 40년간 후생연금을 냈을 경우 노후 월 20만 엔가량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의 3층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율적인 노력에 의해 가산되는 연금이다. 일본의 많은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업연금을 운영해 퇴직 사원들에게 연금을 얹어준다. 공무원의 경우도 퇴직 시 연금이 가산되는 제도가 있다. 이는 2015년 공무원 연금이 후생연금에 통합되면서 그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밖에 개인이 가입하는 퇴직연금도 노후를 대비한 연금의 3층에 해당한다.
일본의 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낸 것에 비례해 돌려받는’ 구조에 가깝다. 또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내는 돈은 늘고 받는 돈은 줄어드는 개혁을 수차례 거듭해 왔다. 2004년 연금제도 개정 때에는 연수입의 13.58%였던 후생보험료를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18.3%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렇다 보니 세대별 불평등도 지적된다. 후생노동성이 2004년 세대별 급부와 부담의 관계를 추계해보니 당시 70대는 평생 낸 보험료에 비해 받는 연금이 830%에 이른 데 비해 10대는 23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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