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속 시리아 민간인 구한 일등공신은 스타트업이 개발한 ‘공습 알림 서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정부군 전투기 비행상황 공유… 센서 수집 데이터와 비교 분석
공습 8분 앞서 경고 메시지 보내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주민들의 휴대전화에 ‘긴급 경고’ 메시지가 떴다. 정부군 전투기가 마을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라디오에서는 곧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메신저에도 대피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주민들은 곧장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마을에 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을은 화염과 먼지로 가득 찼습니다. 센트리(Sentry)의 경고가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아마 죽었을 것입니다.” 이들리브주 주민 알 누어(가명) 씨의 말이다.

센트리의 경고가 2년여 동안 수많은 시리아 민간인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센트리는 시리아 출신 엔지니어와 미국인 기업가 등 3명이 설립한 스타트업 ‘할라시스템스’가 개발한 ‘공습경보 알림 서비스’다. 2016년 8월 실시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시리아 내 민간인 약 210만 명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센트리는 시리아에 사는 교사와 농부 등 민간인과 민간인 구조 활동을 벌여 온 ‘하얀 헬멧’ 대원들이 축적해 온 공습 폭격기 관련 데이터에다 나무 꼭대기나 높은 빌딩에 설치해 놓은 수많은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시리아 내 민간인들은 수시로 하늘을 관찰해 폭격기의 생김새와 이동 방향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일종의 ‘인간 레이더’인 셈이다. 여기에 나무 꼭대기, 높은 빌딩에 설치된 센서들이 수집한 폭격기의 소리와 속도 등에 관한 데이터가 결합된다. 할라시스템스 관계자는 “민간인들과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이전 폭격 사건 당시 관련 정보들과 비교·분석해 공습 가능성과 시간, 위치 등을 계산하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8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의 민간인들에게 ‘전투기 소리’는 공포 그 자체다. 반군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의 경우 공포는 더 심하다. 정부군의 공습이 언제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센트리는 민간인들을 수년간 공포에 떨게 했던 소리를 단서로 임박한 위험을 감지하고 알린다. 공포가 혁신을 낳은 셈이다. 현재 할라시스템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약 6만 명, 텔레그램에는 약 1만6400명이 가입해 있다. 대부분 시리아 민간인이다. 현지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센트리 경보 방송을 하고 있다.

할라시스템스 측은 “공습경보를 받고 적당한 피란처를 찾기까지 최소 1분은 필요하다. 센트리는 공습 시점보다 평균 8분 정도 앞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센트리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할라시스템스는 서방 국가의 여러 기관과 단체, 일반인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시리아#스타트업#공습 알림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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