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미중갈등 속 중국 또 대만수교국과 수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17시 32분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21일 대만 수교국이었던 중미의 엘살바도르와 전격 수교했다. 엘살바도르는 대만과 단교했다. 중국은 올해에만 대만 수교국 3곳과 잇따라 수교관계를 맺으면서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있다. 이날 엘살바도르와 단교하면서 대만 수교국은 17개국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이번 수교 발표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미국을 경유하면서 중국과 대만이 충돌하는 와중에 나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오(釣魚台)에서 양국 수교와 관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중국이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인정했다”며 “중국은 엘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하면서 어떤 관계도 맺지 않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명시했다. 카스타네다 장관은 “앞으로 대만과 어떤 공식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왕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엘살바도르와의 수교가 이익 조건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수교에 따라 엘살바도르에 무기를 판매하고 항구 건설 및 선거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횡포는 양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 총통이 2016년 취임한 뒤 중국은 2년간 상투메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등 4개국과 잇따라 수교하면서 대만을 압박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미중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엘살바도르와의 수교를 발표한 21일 차이 총통은 중남미 수교국인 파라과이와 벨리즈를 방문한 뒤 미국을 경유해 귀국하던 길이었다. 차이 총통은 미국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를 찾았다. 현직 대만 총통이 처음으로 미국 정부기관을 방문하자 중국은 발끈했다. 앞서 차이 총통이 중남미 순방 길에 들른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만 커피전문점인 ‘85℃’ 매장을 격려차 방문하자 중국 내에서 85℃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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