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후 5차례 금리 올려, “저금리 의장 될줄 알았는데” 비판
中과 무역전쟁 속 중간선거 의식… 인상 속도에 제동 걸려는 의도
‘중앙은행 독립성’ 금기 훼손 우려
17일 오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사우샘프턴의 고급 주택. 정원 앞마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내로라하는 부자 후원자들 그리고 행정부 각료 등 60여 명이 모였다. 이 저택은 트럼프 대통령의 30년 ‘절친’으로 알려진 하워드 로버 ‘네이선스 페이머스’(핫도그 회사) 회장의 소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치자금 모금 행사의 비공개 연설에서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저금리 자금(cheap money) 의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한탄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참석자 3명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적이 있었지만 이번 비공개 연설 발언은 파월 의장의 성과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판을 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금리 인상 달갑지 않아” 한 달 만에 다시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가 금리를 올리는 게 달갑지 않다”며 파월 의장을 겨냥했다. 지난달 20일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를 다시 올리길 원하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고 발언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포문을 연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돈줄을 풀었던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2017년 1월) 이후 모두 5차례, 파월 의장이 취임한 올해 2차례 금리를 올리며 양적완화 축소에 나섰다. 다음 달 금리를 올리고 12월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이 사실상 예정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때리기’에 나선 것은 금리 인상 속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길들이기에 ‘글로벌 무역전쟁’과 ‘선거’라는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중국, 유럽 통화 조작하는데 연준이 날 도와주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분쟁을 끝낼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번 주 열리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의 수입품 160억 달러어치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예정된 23일을 앞두고 워싱턴에서 22, 23일 차관급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과 유럽이 의도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미국 보복관세의 충격을 상쇄시키고 미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는 “중국이 통화 조작을 하고 있다. 틀림없다. 유로도 조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강력하고 강하게 다른 나라와 협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나는 연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중앙은행의) 협조를 받고 있다”고 연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날 미국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상승(금리 하락)했다.
○ 중앙은행 독립성 존중 20년 금기 깨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준비하기 위해 경제성장을 위한 군불을 계속 때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돈줄’을 다시 죄는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고문들은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할 때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더뎌질 수 있다는 걸 우려한다”고 전했다. 경제가 침체될 경우 책임을 연준에 돌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스티븐 무어 공화당 경제해설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걱정하는 건 연준의 ‘성장공포증(growth phobia)’”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20년간 이어진 대통령의 통화정책 불개입 관행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 르바 재니몽고메리스콧 수석 채권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파월 의장과 연준 이사들의 생각이 움직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연준 이사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에게 느슨한 통화정책에 찬성하든지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 도중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믿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연준이 이 나라에 좋은 일을 한다고 믿는다. 내 선택(파월 지명)에 만족하냐고? 7년 후 알려주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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