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北 조이는 트럼프… “제재 빨리 풀고 싶지만 핵 제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4일 03시 00분


특유의 ‘냉온탕식 메시지’ 재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냉온탕식’ 대북 메시지가 다시 시작됐다.

이틀 전만 해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한껏 높이더니 이젠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11월 6일 중간선거 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비핵화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워싱턴 내 강경파를 의식해 원칙을 강조한 동시에 김정은을 겨냥해 “빨리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는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에도 김정은을 칭찬했다가 갑자기 회담을 취소하는 등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극단을 오가는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 “제재 빨리 풀려면 핵 제거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 집회 연설에서 최근 석 달간 북-미 관계의 진전을 설명하며 “나는 (대북)제재를 풀지 않았고 우리는 엄청난 제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핵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두 차례 더 반복하면서 비핵화를 계속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식 발언에서 대북제재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빨리 풀어주고 싶다’는 유화적 언급을 앞세우기는 했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의 중단 등 북-미 관계의 성과만 자화자찬식으로 나열하던 최근까지의 인터뷰나 연설과는 다소 다른 기류다.

이런 발언은 이달 들어 세 번째 발표한 미국 행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와도 맞물려 있다. 강한 대북제재 기조 속에 ‘선(先)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의 행정 실무진과 대통령의 입장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케미스트리(궁합)가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청중을 향해 ‘엘턴 존’의 이름을 던진 뒤 “김 위원장을 모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한때 엘턴 존의 노래 ‘로켓맨’을 빌려 김정은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비난했을 때보단 두 정상 간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 (그래도) 아마 잘될 것(it will work out)”이라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 폼페이오 방북 앞두고 조여드는 제재

트럼프 대통령은 코앞으로 다가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이 나올 때까지는 이런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연설 다음 날인 2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유지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은 또한 올해 유엔총회에서 서로 만나기를 고대하며 동맹들과 이 중요한 대화들을 이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두 정상의 통화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향후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23일 “제재 소동은 대조선 적대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며 “미국이 제재를 고집하고 남조선 당국이 추종한다면 쌍방 관계는 개선될 수 없다. 이는 물속에서 장작에 불을 지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트럼프#냉온탕식 메시지#핵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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