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24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틀 뒤면 평양으로 떠날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이날 오전 대통령 집무동인 웨스트윙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CNN과 ABC 등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포착됐다. 북한과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모종의 논의에 대한 의문은 이날 오후 1시 40분경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트윗’을 통해 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3개를 연달아 올렸다.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중국과 무역관계가 해결된 이후에 될 가능성이 높다” 등 북한 비핵화 협상의 판을 흔드는 내용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스티븐 비건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까지 대동하고 기자들 앞에 나타나 방북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하루 만에 뒤집혔다. 국무부 고위 관리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반전’이었다. 로이터통신은 국무부 일부 관리들은 대북 협상에 대비하는 회의 도중 TV 뉴스를 통해 방북 취소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오기 10분 전까지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동맹국에 브리핑한 국무부 관리도 있었다는 내용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소개했다.
이날 결단의 순간은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에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북한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며 ‘#BehindTheScenes(막후 장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에 공개한 4장의 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책상인 ‘결단의 책상’에 앉아 대북 정책 핵심 브레인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 속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보고 오른쪽부터 마이크 펜스 부통령, 판문점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폼페이오 장관, 비건 특별대표, 앤드루 김 센터장이 부채꼴처럼 펼쳐 앉았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이들 뒤 소파에 기대서서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회담 취소 선언을 하도록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출장 중이어서 스피커폰을 통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처럼 보이는 문서 한 장을 들고 이야기하고, 참석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돌돌 말린 서류를 손을 쥐고 있었다. 소파에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 4명의 참모가 앉아 회의 내용을 메모하거나 노트북에 받아 치고 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들고 있던 문서를 책상에 올려놓고 펜을 들고 정독하고 있었다. 입을 앙다물거나 의심에 찬 눈초리로 핵심 참모들을 쏘아보는 모습도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방북은 없던 일이 됐고, 협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트윗 문구를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대변인은 CNN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릴 때 폼페이오 장관도 그 방에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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