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자 95%가 재취업”…브루클린 빈민가를 ‘도시 창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17시 00분


23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무어스트리트. 오래된 가게들 틈에 ‘아쿠아포닉스(수경복합재배) 농장’이라는 나무 간판이 걸린 철망문을 밀고 들어서자 삭막한 거리와 전혀 딴판인 세상이 펼쳐졌다.

232㎡ 규모의 터에 쌀 바질 무 수수 등 다양한 채소와 꽃이 자라고 있었다. 벌과 나비까지 날아드는 영락없는 시골 텃밭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채소가 자라는 곳이 땅이 아닌 수조라는 점이다.


이곳은 2013년 문을 연 아쿠아포닉스 농장 오코팜(Oko farm). 나이지리아 이민자 출신인 농장 공동창업자 예미 아무 씨(38)는 “처음 이민을 와 도시에 사는 미국인들이 어디서 재배됐는지도 모르는 먹거리를 먹는 것이 무척 낯설었다”며 “2013년 시 소유의 공터를 빌려 도심 농장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의 합성어로 물고기와 식물을 동시에 수확하는 방식이다. 물고기 배설물은 수조 속 식물의 영양분이 되고, 식물이 질소를 흡수하고 남은 깨끗한 물은 수조로 다시 돌아간다. 물 소비량이 일반 농장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오코팜 한쪽 구석엔 물고기를 키우는 작은 양어장이 있었다. 금붕어와 비단잉어 250마리와 메기 60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물고기가 자라면 내다팔기도 한다. 브루클린산이라는 원산지 표시까지 붙어 금붕어는 마리당 20~50달러, 비단잉어는 500달러에 팔린다.


아쿠아포닉스가 친환경 도시농법으로 주목받으면서 브루클린엔 에덴웍스, 버티컬처팜스 등 스타트업이 생겼다. 루프톱 온실에서 역돔(tilapia)을 키워 무, 근대 등의 채소를 재배하는 에덴웍스는 2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또 다른 아쿠아포닉스 벤처인 버티컬처팜스는 2만4000달러의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설립됐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온실에서 물고기와 채소를 키우려면 투자비와 운영비가 만만치 않다. 특히 채소는 고급 유기농식당에 비싸게 팔리지만 물고기 양식이 어렵다. 50센트 역돔 치어를 사다가 1파운드의 살코기를 얻으려면 1달러어치 이상의 사료를 먹여야 한다. 지역 마트에서 역돔 1파운드는 1~2달러에 팔리니 남는 게 별로 없다. 오코팜이 관상용 물고기를 키우고 자연 상태의 야외 아쿠아포닉스 실험을 시작한 이유다.


아쿠아포닉스 등 도시 창농(創農)은 침체된 도심을 살리고 저소득층 청년 일자리도 만들어낸다. 월마트에서 일하다가 실직한 폴 필팟 씨(24)는 지난해 비영리단체인 그린시티포스에서 도심 창농 교육을 받은 뒤 수경재배 농장을 세웠다. 브루클린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컨테이너 농장에 매일 출근해 케일, 근대, 상추 등을 키워 고급 유기농식당에 재배 비용의 갑절을 받고 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심 창농프로그램 수료자의 95%가 재취업했다”며 “뉴욕시의 공공주택 단지 청년 실업률이 75%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훌륭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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