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0년 유지해온 산아제한 정책 폐지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내년 우표 ‘돼지 3마리’ 등장 이어 가족계획 조항 삭제 민법 초안 마련
2020년 전국인대서 최종 통과될듯… 젊은이들 결혼-출산 꺼려 효과 의문

저출산 고령화 공포에 직면한 중국이 결국 40년 가까이 유지해온 산아제한 정책 폐지를 공식화했다. 현행 민법에서 가족계획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것이다. 중국은 1980년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했는데, 출산율이 감소하자 2016년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중국 매체들은 2020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 전체회의에서 산아제한 정책 폐지 관련 안건이 최종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28일 중국 젠차(檢察)일보와 전국인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13기 전국인대는 27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상무위원회(최고 지도부) 5차 회의를 열고 가족계획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민법전 편찬 초안’에 대한 1차 심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는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주재로 열렸고, 이에 앞서 상무위원회는 최근 이 민법전 초안을 완성했다.

그동안 1가구 2자녀 정책조차 출산율 감소를 막지 못하자 관영매체와 지방 정부들은 산아제한 정책 폐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중국우정(한국의 우정사업본부 격)은 이달 초 미리 공개한 2019년(기해년·돼지해) 신년 우표에 ‘세 자녀’를 상징하는 새끼 돼지 3마리를 등장시켰다. 그러자 중국이 내년 1가구 2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1가구 3자녀 정책을 도입하거나 산아제한 정책을 아예 폐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은 1가구 2자녀 정책 시행 첫해인 2016년 출생 인구가 전년보다 8% 늘어난 1790만 명을 기록했지만 이는 당국 기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오히려 1723만 명으로 줄었다. 중국 당국 기대치인 2000만 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인 것이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 인구도 12.43명으로, 2016년(12.95명)에 비해 0.52명 감소했다.

중국의 인구경제학자들은 “이런 추세라면 현재의 약 14억 중국 인구가 21세기 말이면 10억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14억 명이라는 거대한 인구로 뒷받침되는 엄청난 시장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공산당 1당 통치’를 정당화해 온 중국 당국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가능성을 큰 위기로 규정해 왔다.

한편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해도 저출산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높은 양육비, 비싼 집값 등 때문에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인구 1000명당 결혼한 커플은 7.7쌍으로, 7년 전인 2010년(9.3쌍)에 비해 17.2%나 줄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40년 유지 산아제한 정책#폐지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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