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메건 “美, 언제나 위대했다”, 트럼프 선거구호 비꼬며 정면비판
오바마 “허풍정치는 두려움의 산물”, 부시 “매케인, 독재자에 참지 못해”
트럼프는 본인소유 리조트서 골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윗 반박도
“매케인의 미국은 관대하고 대담합니다. 자신감이 넘치고 안전하며, 강하기 때문에 큰 소리로 떠들지 않습니다. 매케인의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언제나 위대했기 때문입니다.”
뇌종양으로 약 1년간 투병하다가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1일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이 자리에서 그의 장녀 메건은 눈물을 머금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위한 조사를 이같이 읽어 내려갔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연단에서 수차례 울음을 터뜨리던 그녀는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다’는 대목에서만큼은 목소리에 흔들림이 없었다. 좌중에선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보수와 진보가 한데 어우러져 ‘트럼프 시대’에 보기 드문 ‘통합의 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매케인의 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추모 행사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하는 자리였다. 메건은 물론이고 공화·민주 양당이 배출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을 추모하기 위해 연단에 나서 ‘트럼프 시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장례식장에선 백악관이 매일 공격하는 듯한 초당주의와 타협, 정중함 등의 가치에 대한 찬가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2008년 대선에서 매케인을 누르고 승리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 “허풍과 모욕의 정치는 용감한 흉내를 내지만 사실 두려움의 결과물이다”며 “매케인은 우리가 그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외쳐 왔다”고 말했다. 정적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술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2000년 대선 경선에서 매케인과 맞붙었던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은 독재자들과 고집불통을 참을 수 없어 했다”며 “그는 언제나 약자를 위해 일어섰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등 독재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직 대통령들의 조사는) 실명 언급을 피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WP는 매케인의 장례식이 워싱턴에서 열린 것으로는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식(2007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 세 명(빌 클린턴, 부시, 오바마)과 전직 부통령 세 명(앨 고어, 딕 체니, 조 바이든)이 이날 장례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고인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메건의 연설 뒤 수시간 만에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이는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다”는 메건의 연설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 소유의 리조트를 찾아 골프를 쳤다.
장례식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식장을 찾았다.
매케인의 시신을 실은 성조기가 씌워진 관은 이날 미 의사당 중앙홀에서 대성당으로 옮겨졌고, 이동 중 베트남전 추모기념관을 경유했다. 그의 아내 신디는 이곳에서 남편을 기리며 조화를 바쳤다. 시신은 2일 메릴랜드주의 해군사관학교 묘지로 옮겨져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문인 찰스 라슨 전 해군제독 옆에 묻혔다. 매케인은 생전에 모교를 장지로 선택한 것에 대해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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