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26% 골프장으로 출근…트럼프의 ‘골프 내로남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3일 15시 50분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당선 전에는 “오바마가 타이거 우즈보다 골프 더 많이 친다”고 비판
취임 후, 590일 중 153일(25.9%) 골프장으로 ‘출근’
백악관 측, “골프하면서 면담하는 등 업무의 연장” 해명에 여론은 더 싸늘
트럼프의 골프 절친 타이거 우즈는 “누가 대통령이든, 그 직무는 존중돼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당선인 신분이던 2016년 12월 23일(현지 시간) 자신 소유의 미국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타이거 우즈와 함께 라운딩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당선인 신분이던 2016년 12월 23일(현지 시간) 자신 소유의 미국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타이거 우즈와 함께 라운딩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타이거 우즈보다 골프를 더 많이 쳤지만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일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16년 12월 한 공개 연설에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이렇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10월에도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로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라며 트위터로 비난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임기의 25%를 골프장에서 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웹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20일 취임 후 590일을 근무했는데 이중 골프장에 있었던 날은 153일(25.9%)이라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머문 기간은 196일(33.2%)로 나타났다.

매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90일을 골프장에서 보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첫 1년 동안 1번 밖에 골프장에 가지 않았다”고 비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골프를 친 날이 전임자 3명과 비교해서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은 외부 일정을 보낸 장소다. 그는 1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에도 마라라고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30분 거리인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도 자주 찾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애리조나)의 장례식이 열린 1일에도 버지니아주 골프장을 방문했다.

여름휴가는 2년 연속으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곳에서 17일간의 ‘일하는 휴가(working vacation)’를 가졌다. 백악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설 수리 문제로 외부에서 근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골프가 비난을 받자 “골프를 하면서 면담을 하는 등 업무의 연장”이라고 변명했다가 빈축을 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을 비판하며 비교대상으로 인용한 세계적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는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골프 친구. 트럼프 대통령은 2일에도 트위터에 “타이거 우즈는 백악관과 나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데 ‘훌륭한 기품(great class)’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는 타이거 우즈가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트러스트 최종 라운드 종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트럼프)을 옹호한 데 대한 보은성 트윗으로 풀이된다. 당시 우즈는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일부 선수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여러분은 그 직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누가 그 자리에 있건, 성격이나 정치를 좋아하든 말든, 우리는 모두 그 직무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우즈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많은 해를 도널드(트럼프 대통령)와 알고 지냈다. 우리는 함께 골프를 하고 저녁도 먹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도 분명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